그러고 나서 며칠이 흘렀을까.
모든 것이 복잡했고, 머릿속이 지끈거렸다.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한 달만 떠나자. 숨 좀 쉬자.
멀지 않고, 조용하고, 아이에게도 무리 없는 곳.
그렇게 선택한 여행이었다.
베트남 공항에 도착했을 때
어린 딸을 위해 빠르고 편한 수면버스 대신 택시를 택했다. 그러나 빠를 줄 알았던 길은 1차선 비포장 같은 도로였고, 우리는 큰 버스와 나란히 네 시간을 달렸다.
여행을 계획한 나에게 투덜대던 남편,
휴게소 같은 작은 가게가 보일 때마다 멈춰 세워
과일과 쌀국수를 사 먹던 순간들.
그 불편함마저도 묘하게 따뜻했다.
그렇게 도착한 작은 해안 마을 무이네.
한주가 강물처럼 흘러 지나갔고,
다시 시내로 돌아와 도착한 숙소에서
우리를 맞이한 친절한 미소의 버틀러를 따라 들어갔다.
숙소 전체는 거대한 반얀트리가 하늘을 덮고 있었고,
그곳은 마치 오래전부터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던 장소처럼 느껴졌다.
베트남에서 보낸 시간은
무이네의 따뜻함과,
호찌민에서 마치 우리가 그곳의 유일한 손님인 듯 대우받던 전담 컨시어지의 손길로 완성됐다.
타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고요했고,
희미하게 꿈처럼 조용했다.
아침 수영을 마치고
젖은 머리 그대로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들었다.
햇살이 수영장 물 위에서 부서지고,
딸은 그 수영장을 배경으로
아무 이유 없이 춤을 췄다.
우리는 그 장면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 일도 우리를 건드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 남편의 휴대폰이 연달아 울렸다.
메시지 다섯 개.
주거래 통장 전부 가압류.
화면을 보는 순간,
물속에서 막 숨을 들이켰다가
갑자기 수면 아래로 끌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그곳에 더 머물 수 없었다.
휴식은 거기까지였다.
곧장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그 반얀트리 아래에서의 고요한 아침,
세상에 우리 셋만 남아 있던 그 시간.
그건 지금도
가장 선명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