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일들이 연달아 터지는 동안,
나는 한 걸음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누가 옳고, 누가 나쁘고, 그런 판단을 할 여유도 없었다.
그저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와
내 안의 중심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처음엔 분노였다.
그들의 탐욕이, 위선이, 그리고 반복되는 거짓말이 나를 화나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상하게도 분노보다 공허함이 먼저 찾아왔다.
나는 하루하루 ‘타인의 욕망’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들이 말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는
사랑도, 신뢰도 없었다.
그저 피로 묶여 있을 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다.
‘나는 이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이곳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분명 한 사람의 아내였고, 한 아이의 엄마였지만,
그 어떤 자리에서도 나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했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나는 점점 남편 외에 다른 사람에겐 말이 없어졌다.
말하면 상처가 되었고,
침묵하면 속이 썩어 들어갔다.
어느새 나는 눈빛 하나로만 세상을 버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가끔, 부엌에서 반찬을 만들다 보면
아버님 방 쪽에서 들려오던 문 닫던 소리가 떠올랐다.
그게 환청인지, 기억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그 소리는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있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날 마지막 모습의 인형만 봐도 깜짝깜짝 놀라 집안의 인형을 모두 치워버렸다.
이상했다.
그토록 많은 갈등과 불편함 속에 있었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분의 부재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건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사라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그 모든 복잡했던 시간들이,
그때는 너무 조용해서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