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칼끝이 가리키는 곳
숨이 막혀왔다.
쉴 틈도 없이 몰아치는 시누이들의 의심과 공격,
그리고 집 안 곳곳에서 발견되는 작은 흔적들.
그 모든 것들이 하루하루 나를 소모시키고 있었다.
어느 날, 동네 후배가 조심스레 말했다.
“언니… 그냥 한번 가봐. 답답할 때는 기운이 말해주는 것도 있어.”
평소였으면 웃고 넘겼을 말.
근데 그날의 나는 뭔가라도 잡아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편 없이 후배와 함께 반포의 철학관으로 향했다.
"혹시 내가 정신이 없어 놓칠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 같이 가서 들어줘."
반포의 오래된 5층 건물.
깨끗하지만 왠지 으슥한 계단을 끝까지 올라가면
나오는 작은 골방.
그리고 허스키한 목소리의 "다음 분"이라는 짧은 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에는 오래된 술 냄새와 약한 향 냄새가 뒤섞여 있었고,
선생님은 마치 동네에서 흔히 볼 법한
평범한 ‘할아버지’ 같은 외모였다.
그런데 눈빛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했다.
사람을 통째로 읽어내는 듯한 눈이었다.
나의 생시를 적은 뒤
그는 작은 금속 막대들이 담긴 통을 내밀었다.
“여기서 오른손으로 하나 왼손으로 하나 뽑아보세요.”
나는 길게 숨을 들이쉬고
그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쇠막대기 하나를 집어 올리자,
그는 표식을 보곤 단숨에 말했다.
“여자 다섯이 남자 하나한테 식칼을 겨누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버텨?”
그 순간 후배와 나는 동시에 숨을 삼켰다.
말이 막힐 만큼 놀랐지만
나는 애써 표정을 숨겼다.
그리고는 사주를 보시더니
“부동산을 깔고 있네.
3자가 보이는데… 3억인지, 30억인지, 300억인지는 몰라.
금융하고 부동산을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어.
지금 뭐해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 대체 그걸 어떻게 아세요?”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주역이요.
온 우주의 기운이 지금 당신 상황을 그대로 비춰줘.”
나오고 나서 후배와 밥을 먹으며 우리는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근데… 여자 다섯은 누구야? 누나는 넷인데.”
그러다 동시에 멈췄다.
갑자기 떠오르는 얼굴 하나.
후배와 내 시선이 동시에 마주쳤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 ‘다섯 번째’ 여자.
그날 들었던 말은 미신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프레임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일이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의 길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