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록을 쓰다가 어느새 진한 구린내와 마주해야 하는 곳. 오줌 지린 바지와 똥 묻은 팬티, 어디선가 시작된 방귀 냄새까지 감내해야 하는 킨더반의 일상.
우리 반 J의 ‘똥 선물’ 사건이 생각난다.
J는 편식이 심했다. 먹는 거라곤(음식) 오직 노란 나초 칩(Nacho chips)뿐. 그러다 보니 아이는 늘 고통스러운 변비에 시달렸다. 아직 배변 훈련이 되지 않은 J가 교실 한구석에서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끙끙거리면 우리는 “아, 신호가 왔구나!” 하고 얼른 화장실로 데려가곤 했다.
기저귀를 열어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노란 토끼똥 두 덩어리. 보기만 해도 아이의 통증이 느껴질 만큼 단단하고 마른 돌덩이 같았다. 그 딱딱한 것이 얼마나 아이를 괴롭혔을까!.
사건은 어느 날 오후에 터졌다. 동료 선생님이 급한 전화를 받으며 업무를 보고 있는데 J가 다가와 선생님 손에 무언가 작은 물체 두 개를 살포시 쥐여주고는 유유히 돌아가 물고기 장난감을 가지고 놀더란다.
교실 바닥에는 워낙 크래프트 비즈나 마블, 아이들이 흘린 스낵이나 젤리가 굴러다니기 일쑤라 선생님도 무심결에 그것을 손에 쥔 채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전화를 끊으며 “이게 뭐지?” 하고 손바닥을 펼쳐 보니, 노란 똥 두 덩어리였다.
“악! 나 오늘 J한테 똥 선물 받았어!”
알고 보니 J가 기저귀 속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그 딱딱한 ‘노란 토끼똥’을 스스로 꺼낸 뒤 선생님께 건넨 것이었다. 선생님은 기가 막힌 듯 껄껄 웃으며 손을 씻으러 달려가셨다. 그 상황에서도 우리는 안도했다.
“세상에, 그래도 이걸 안 먹어서 천만다행이야.”
평소 종이상자, 바닥의 쓰레기, 나뭇가지, 심지어 분필까지 오도독 씹어 먹던 J라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다행히 똥은 먹는 게 아니라는 건 아는 모양이었다.
어느 날은 아이의 고통을 줄여주려 집에서 변비약을 먹였다는 알림장이 왔다. 물을 많이 먹여 달라는 당부와 함께였다. 약 기운 덕분인지 드디어 소식이 왔다. 그런데 묽은 변의 느낌이 낯설었는지 J는 그것을 손으로 긁어낸 모양이었다. 불편함이 극에 달한 J는 똥 묻은 손을 내 바지에 사정없이 비벼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코끝을 찌르는 진한 구린내가 번졌다. 자기 몸에 묻은 이질감이 싫었는지 J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아이를 달래고 씻기다 보니 어느새 내 온몸도 똥 냄새에 절여져 있었다.
결국 그날 나는 퇴근 시간을 두 블록 남겨두고 ‘이른 퇴근’을 명 받았다.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차 창문을 모두 열고 집으로 가던 길, 그날의 바람이 아직도 기억난다.
2년 뒤 오늘의 J
2년이 지난 지금, J는 화장실에 가면 단호하게 말을하기도 한다.
“I want (to) close the door, please.”
이제는 화장실 문을 닫아 달라고 요구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 J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은 비록 ‘똥 선물‘이었을지언정 제 불편함을 해결해 달라고 내민 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똥은 안 먹으니 다행이라며 함께 안도했던 그 지독한 냄새들이 모여 오늘의 J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