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학교의 문이 열리기 전부터 선생님들과 직원들의 하루는 이미 시작된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직은 차분하고 고요한 공기가 우리를 맞이한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이 공간을 채우기 전 우리는 오늘 사용할 교재를 한 번 더 훑어보고 아이들 책상 위를 살핀다. 연필은 뾰족한지 필요한 준비물은 빠진 게 없는지.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작은 점검들이 하루의 흐름을 만든다. 동료들과 짧게 눈을 맞추며 나누는 인사.
“Good morning, Lara! How are you?”
“Good, you?”
무심한 듯 다정한 이 한마디는 본격적인 일과에 들어전 우리끼리 나누는 짧은 에너지 충전이다.
8시 15분, 종이 울리면 우리는 어김없이 노란 조끼를 챙겨 입고 walkie-talkie를 허리에 찬다. 이 순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아침의 어벤저스’가 된다.
1팀은 밤새 있었던 일을 모닝 뉴스처럼 쫑알쫑알 쏟아내는 아이들로 가득한 운동장으로
“오바!”
2팀은 학교 주차장 동쪽교문 앞으로
“오바!”
3팀은 교장 선생님과 함께 노란 스쿨버스 승하차 구역으로 흩어진다. “오바!”
교장 선생님의 플레이리스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아침의 공기를 힘껏 업시킨다.
스포티파이 (spotify)에 저장해 둔 노래를 블루투스 스피커로 연결해 틀어주시는 우리들의 소박한 나이트클럽 아니 아니 흐음… 아침 클럽이다.
요즘은 K-pop Demon의 Golden이 자주 나오고, 싸이의 오빤 강남스타일은 여전히 아이들의 몸을 먼저 반응하게 만든다. 로제의 APT APT도 빠지지 않는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기가요 TOP 10이다. 한국 노래가 학교 아침을 채우는 이 풍경이 괜히 반갑고 뿌듯함에 입꼬리가 쓰윽 올라간다.
멀리서 줄지어 들어오는 노란 버스들. 겉보기엔 모두 같은 노란색이지만 자세히 보면 유리창마다 레드, 그린, 블루, 오렌지, 퍼플 등 각기 다른 색깔 표시가 붙어 있다. 갓 입학한 킨더 아이들의 가방에 달린 제 각각 색의 스티커(tag) 역시 아이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제자리로 안내해 주는 우리 어벤저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미아 방지 장치이다.
나의 아침 임무는 키스 앤 라이드(Kiss and Ride) 구역이다.
이곳은 부모님의 차를 타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돕는 곳으로 마치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를 닮아 있다. 다만 햄버거를 픽업하는 대신 우리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드롭(Drop) 받는다.
다섯 명 정도의 직원이 일렬로 서서 출근길로 바쁜 부모님들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안심하고 아이들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일.
차 문을 열며 건네는 활기찬 “Good morning!”에 맞춰 아이들은 약속된 안전 규칙대로 움직인다.
“Stay on the yellow line!”
“Keep walking! Look forward.”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 마른하늘에 번개가 치는 날에도 노란 조끼를 입은 우리의 임무는 멈추지 않는다. 수십 대의 차량이 오가는 15분 속에 아이들의 안전이 우리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로소 진짜 하루가 시작된다.
키스 앤 라이드가 마무리될 즈음, ‘Special Transportation’이라고 적힌 미니밴들이 하나둘씩 들어온다. 내가 기다리던 아이들이 타고 있는 차다.
맘속으로 가볍게 외쳐본다.
“열려라 참깨.”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면 기사님이 레드밴 (red mini van)의 자동문 버튼을 누른다. 문이 스르르 열리고,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 순간부터
나의 진짜 하루가 시작된다.
“굿모닝 J”.
저기 보이는 크리스마스트리는 작년에 퇴직하신 우리의 존경하는 리더 ‘Lise’ 교장선생님. 우리 학교의 든든한 나무 같았던 그리고 아침의 나이트클럽...
아니 아니, 이음흠! 아침 클럽의 DJ.
We miss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