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사랑 고백법

by Ms Lara

우리 킨더반 LU는 교실의 '재잘재잘 참새'이자 '일러바치기 대장'이다. 친구들의 사소한 잘못을 하나하나 찾아내 선생님께 고발하는 건 LU의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끼어들어 참견해야 직성이 풀리고 수업 중에도 잠시를 못 참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거나 조잘거린다. 그칠 줄 모르는 LU의 종알거림 덕분에 내 입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말이 되풀이된다.


"LU, quiet please."


"Teacher is speaking, you are listening."


카펫 타임, 스마트보드를 활용한 수업이 한창인데도 LU의 입은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옆 친구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종알종알. 열정적인 선생님의 수업 맥락을 끊고 싶지 않아, 이번엔 말 대신 '표정'으로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한국 엄마들이 아이를 엄하게 제지할 때 쓰는 바로 그 표정.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한쪽 눈을 감았다 뜨는 묘한 압박의 눈짓을 보냈다.


‘LU, 이제 그만. 다 보고 있어’라는 무언의 경고였다.


그런데 내 표정을 가만히 살피던 LU가 갑자기 환하게 웃더니 나를 향해 아주 살포시 사랑스러운 윙크를 날리는 게 아닌가.


마치 드라마 <도깨비>의 지은탁이 “아저씨, 사랑해요!”라고 외치며 보내던 그 해맑은 윙크처럼 말이다.


내가 보낸 건 분명 서늘한 ‘경고’였는데 이 엉뚱한 아이는 그것을 자신에게 보내는 특별한 애정 표현으로 오해한 모양이다. 그 천진한 오해 앞에 나는 그만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꾸중하려던 마음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의 경고를 사랑으로 화답하는 아이를 대체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거침없는 "I Love you."

겨울방학이 지나고 옆 킨더반 미셸(Michelle)의 교실로 전학 온 새 친구를 보러 갔다.

15분간의 짧은 커피 브레이크 시간. 교실 카펫 위에서는 한창 ‘Karate battle’이 벌어지고 있었다.


"호잇! 호잇! 이거 할 줄 알아?"


제법 그럴듯한 기합과 자세로 동작을 뽐내는 귀여운 꼬마였다. 담임인 미셸은 그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연신 칭찬을 늘어놓았다. 우리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걸 눈치챘는지 아이가 슬금슬금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수줍게 하지만 거침없이 고백한다.


"I love you!"


“뭐라고? 우리 만난 지 10분도 안 됐는데?”


예상치 못한 직진 고백에 웃음이 터졌다. 나 역시 그 귀여운 꼬마를 안아 주며 화답했다.


"I like you, too!"


옆에서 지켜보던 미셸이 '내 칭찬이 무슨 뜻인지 이제 알겠지?' 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는다.

나 역시 그 눈빛의 의미를 다 안다는 듯 미셸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Michelle, you were right! He is so sweet. He made my day!"


달콤한 고백으로 가득 찼던 15분의 휴식. 다시 내 교실로 돌아가는 복도에서 아까 받은 사랑 고백에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다.


아이들의 사랑은 늘 이렇게 찾아온다.


어떤 예고도 없이 그리고 아무런 조건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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