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 “선생님 엉덩이 보여요! “

by Ms Lara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말 그대로 동상이몽 같은 순간들이 있다.


우리 킨더반 담임인 Miss P는 풍채가 좋고 골격이 큰 백인 여성이다. 그날은 가슴 라인이 깊게 파인 브이넥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워낙 상체 볼륨이 풍만하다 보니 평범한 티셔츠도 그녀가 입으면 유독 굴곡이 도드라지곤 했다.


낮은 테이블 위로 상체를 숙이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던 그때 한 아이가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 뭐가 그렇게 재밌니?”


아이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I see your crack!”


순간 우리 둘은 멈칫했다.

“Crack’이라니?”

어디에 crack이 있다는 거지?


우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다. 하지만 아이의 시선이 머문 곳은 셔츠 사이 Miss P의 깊은 가슴골이었다.

아이의 눈에는 그저 ’ 엉덩이골‘처럼 보였던 것이다.


상황을 깨닫자마자 우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Miss P는 머쓱한 얼굴로 옷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내일부터는 꼭 스카프를 둘러야겠어!”


“I see your crack!”

반대로 정말 엉덩이골이 보였던 다른 아이의 상황은 사뭇 달랐다. 야외 활동 시간 모래놀이에 정신이 없는지 바지가 슬쩍 내려간 아이에게 소리쳤다.


“Pull your pants up!” (바지 올려!)


놀이에 집중하느라 듣지 못했다.

가까이 다가가 다시 말했다.


“Pants up!. I see your crack!”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자기 엉덩이를 허겁지겁 더듬기 시작했다.


“I don’t have a crack! 내 엉덩이는 안 깨졌어요!”


엉덩이에 정말 ‘금(crack)’이라도 간 줄 알았는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우리는 짓궂게 말을 보탰다.


“Yes, you do! I see it! Right there!”


아이는 심각한 얼굴로 엉덩이를 계속 만져 보며, 킥킥거리는 우리를 힐끗힐끗 살폈다. 그러다 엉덩이가 깨진 게 아니라 바지만 올리면 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는지, 못 이기는 척 바지를 추켜올리고는 다른 놀이로 쌩하니 자리를 옮겼다.


“She is my mom…”

아이들의 창의력 앞에서는 미리 짐작하거나 결론짓지 않기로 다짐한 사건도 있었다.


우리 반의 패셔니스타 G.

머리를 여러 가닥으로 곱게 땋고,

끝마다 알록달록한 비즈를 단 흑인아이.

그 아이의 그림은 또래보다 훨씬 섬세했다.


커다란 동그라미 위에 뾰족뾰족한 선들이 얹힌 그림을 보고 나는 반가운 마음에 말했다.


“What a beautiful pineapple!


그런데 아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G가 조용히 말했다.


“She is my mom…”


그건 파인애플이 아니라, 여러 갈래로 땋은 머리에 비즈를 단 엄마의 모습이었다. 당황한 초보교사 나는


"Mom..."


이라며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맸다. 다행히 베테랑 파트너 아니엘이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려주었다.


그날 이후로는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 먼저 ‘이게 뭐야?’라고 묻게 되었다.


“I didn't kill him!”

비슷한 일은 집에서도 있었다.

다섯 살이던 둘째 아들과 함께 포도를 먹던 날이었다.

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엄마, 친구 오웬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대요.”


깜짝 놀라 물었다.


“어머, 오웬이 슬프겠네. Sorry 라고 말해 줬니?”


그러자 아들은 포도를 먹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I didn’t kill him! 제가 안죽였어요!”


아이에게 ‘I’m sorry’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을때만 쓰는 말이었다.


친구의 슬픈 마음을 같이 느껴 주는 거라고 나름대로 설명해 주었지만, 아들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포도를 조잘조잘 씹어 먹었다.


교실에서도 우리 집 거실에서도 오늘도 그렇게 단어 하나에 울고 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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