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요술가방

by Ms Lara

시어머니는 외출하실 때면 늘 두 개의 가방을 챙기셨다.

하나는 당신의 소지품이 담긴 핸드백 그리고 다른 하나는 A4 용지만 한 검정 나일론 가방이었다.


작다면 참 작은 그 가방을 나는 ‘요술 가방’이라 불렀다.

지퍼를 스르르 열기만 하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 주말이면 시부모님을 모시고 얌차(딤섬)를 먹으로 중국식당에 갔다.

북적이는 식당에 앉아 갓 우려낸 차가 먼저 서빙되면 그제야 식사가 시작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딤섬이 식탁에 오를 때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요술가방을 여신다.


그 안에서 꺼내신 것은 작은 크라프트 가위.

아이들이 먹기 좋게 십자 모양으로 두어 번 자르면 만두는 금세 한입 크기가 된다.


“아이고, 아직 물이 안 나왔네.”


뜨거운 차밖에 없는 상황에서 만두를 먹다 목이 멘 아이를 보시더니 다시 가방을 여신다.

이번엔 작은 요거트(Yop yogurt drink) 통하나.

그 안에는 성인 한 모금 정도의 물이 담겨 있다.


아이들이 기름진 오징어 튀김을 먹고 입가가 번들거리면 또 한 번 가방이 열린다.

이번에는 지퍼백에 곱게 모아둔 키친타월이 모습을 드러낸다.


당신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아이들 배부른 것이 먼저였던 분.


아이들의 배가 올챙이처럼 볼록해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어머니는 마지막 비장의 무기를 꺼내신다.

맥도날드에서 챙겨두신 색연필과 종이 뭉치.


“할머니 최고!”


아이들이 색칠놀이에 빠져드는 그제야 우리 어른들의 진짜 얌차가 시작되곤 했다.


그렇게 흐른 시간이 어느덧 22년.

이제 어머니는 연로해지셨고 품 안의 강아지 같던 손주들은 늠름한 청년이 되어 할머니의 지팡이를 자처한다.


여전히 우리는 함께 얌차를 마시러 간다.

다만 이제는 그 요술가방 대신 할머니를 부축하는 손자, 손녀의 단단한 팔꿈치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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