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이 없는 캐나다 학교에서 아이 셋을 키운다는 건
매일 아침 세 개의 도시락 가방과 전쟁을 치른다는 뜻이다.
스낵 두 개에 점심 한 개.
매번 “오늘은 또 뭘 싸주나” 고민하는 것은 엄마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이다.
그리고 이 도시락 전쟁에는
절대적인 철칙이 하나 있다.
바로 ‘넛 프리(Nut Free)’.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에는 절대 견과류가 포함된 음식을 가져갈 수 없다.
나 역시 그 수칙을 잘 알고 있었고
늘 조심한다고 자부했다.
큰아들이 킨더가든에 다니던 때의 일이다.
그날 아침도 여느 때처럼 분주하게 도시락을 쌌다.
아이가 유독 좋아하는 초콜릿 잼을 듬뿍 바르고
싱싱한 딸기와 바나나를 넣은 샌드위치.
맛있게 먹을 아이를 떠올리며
뿌듯한 마음으로 학교를 보냈다.
하교 후
사과를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하루를 이야기하던 아이가 불쑥 말했다.
“엄마, 오늘 선생님이 내 샌드위치 못 먹게 했어요.
대신 Bear Paws 과자랑 Apple sauce 줬어요.”
“어? 왜?”
깜짝 놀라 도시락 가방을 열어보니 손도 대지 않은 샌드위치 위에 짧은 쪽지 하나가 붙어 있었다.
[Nut-free snack please]
… 왜?
순간 억울한 마음이 올라왔다.
‘나도 넛 프리는 안다고.
땅콩은 근처에도 안 갔는데 대체 왜?’
퇴근한 남편에게 이 황당한 사건을 털어놓자
남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뉴텔라잖아.”
“그게 왜? 초콜릿 잼이잖아.”
“라라, 뉴텔라는 헤이즐넛 스프레드야.”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름부터가 ‘넛(Nut)-텔라’인데 나는 왜 그동안 이걸
그저 초콜릿 잼이라고만 생각했을까.
헤이즐넛이 견과류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왜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이름 속에 이미 정답이 있었는데…
다음 날
나는 선생님께 짧은 사과의 쪽지를 보냈다.
“죄송해요.
뉴텔라에 헤이즐넛이 들어있다는 걸 깜빡했어요.
제 실수였습니다.”
그날 이후
나의 장보기 습관은 완전히 바뀌었다.
패키지 뒷면의 성분표를 돋보기 보듯 들여다보고
‘Nut Free’ 로고가 있는지 두 번, 세 번 확인한다.
혹시 내가 또 놓친 다른 ‘넛’이 있을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