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댁은 캐나다에 사는 중국계 가정이다.
같은 아시아 문화권이지만 식문화는 꽤 다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시어머니의 국, 아니 ‘사약’을 온전히 받들지 못하고 있다.
시어머니의 국은 늘 깊다.
구수하고 진하며, 몸에 좋을 것 같은 냄새가 먼저 난다
팔팔 끓는 솥을 열어보면 안에는 이름 모를 나뭇가지와 말린 열매, 각종 한약재들이 어김없이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사이에 뽀얀 닭발이 뾰족한 발톱을 세운 채 묘하게 당당하게 떠 있기도 한다.
거기에 사골까지 더해지면,
그 국은 점점 ‘음식’에서 멀어지고 ‘효능’에 가까워진다.
초딩 입맛을 가진 한국 며느리인 나는
아직도 이 효능 좋은 국이 두렵다.
어느 날 내가 숟가락을 들고 잠시칫하고 있을 때,
놀러 오신 시이모님이 옆에서 한마디 거드셨다.
“내 피부 좀 봐. 이게 다 콜라겐이야.
이런 국 먹어야 피부가 탱탱해지는 거야.”
말씀만 그런 게 아니다.
정말 나이에 비해 유난히 매끄럽고 탄력 있는 피부를 가지셨다.
그걸 보고 나니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한 숟갈을 입에 넣었다.
이번 국은 색부터 거무스레한 게…
맛은 보약도 아니고… 거의 사약에 가까웠다.
어머니, 저는 아직 이 사약을 온전히 받들 수 없어요!.
그러던 어느 날, 부엌 한편에 놓인 익숙한 빨간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정관장 홍삼 엑기스.
한국에서 엄마가 보내주신 것이다.
“이건 쭉 짜서 한 팩씩 드시는 거예요.”
나는 분명 그렇게 설명했었다.
정말, 아주 분명하게.
그런데 시어머니는
그 설명을 아주 창의적으로 받아들이셨다.
‘일솥 일팩.’
한 솥에 한 팩.
마치 내가 코인 육수를 쓰듯,
국의 밑간을 홍삼 엑기스로 쓰시는 듯했다.
역시 이 효능 좋은 국은
나에게는 사약이지만, 가족들에게는 보약이다.
한 그릇 더! 를 외치는 아이들을 보며
맘속으로 말한다.
마마, 땡큐.
내가 못 해주는 이 보약으로 우리 애들은 잔병치레 한 번 없이 단단하게 잘 자라주었어요.
마마, 만수무강(万寿无疆) 하세요.
사약은 정중히
사양하지만 어머니는 정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