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rial Silk and Hoop
막내딸이 세 살이 되던 가을이었다. 아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쏟아내기엔 놀이터는 점점 추워졌고 고민 끝에 찾아낸 곳이 동네 짐나스틱 수업이었다.
유리창 너머로 아이가 에너지를 불태우는 동안 나는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겠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계산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몸짓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기더니 이제 아이는 지면을 떠나 공중에서 돌고 도는 '에어리얼 실크(Aerial Silk)'와 후프(Hoop)의 세계로 넘어갔다.
짐나스틱에 심취한 아이의 일상은 때론 기이하다. 거실에서 TV를 볼 때면 영화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처럼 몸을 뒤로 꺾어 거대한 거미 같은 포즈를 취한다. 양발이 귀 옆에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자세로 넷플렉스에서 바비(Barbie)를 보다가 이름을 부르면 그 기괴한 상태로 공포 영화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놀이터에 구름사다리 (Monkey bar)를 원숭이처럼 날아다닐 때면 나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린다. "위험해! 다친다! 그만해!"라는 잔소리가 소용없음을 알기에 딸의 근력을 믿고 살며시 눈을 감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응원이다
그 과정이 늘 화려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손바닥엔 굳은살이 깊게 박였고 팔과 손가락 골절로 두 번의 깁스와 양다리 깁스까지 해야 했다. 크게는 6개월이나 운동을 쉬어야 했던 부상 속에서도 아이는 단 한 번도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저 아이를 저토록 매료시킨 걸까!
어느덧 에어리얼 실크를 시작한 지도 4년째. 아이는 높은 곳에서 실크 줄에 발목을 의지한 채 허공으로 몸을 던지는 '스타 드롭(Star Drop)'을 보여주겠다며 저 멀리서 손을 흔든다. 내 눈에는 사지가 찢기는 고문처럼 아찔해 보이기만 하는 동작이 아이에게는 짜릿한 성취인 모양이다.
나는 다시 한번 지그시 눈을 감는다. 차마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을 다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아이가 안전하게 내려왔음을 확인하고는 누구보다 크게 박수를 보낸다. 제대로 보지도 못한 스타 드롭을 "정말 최고였다"라고 칭찬하며.
"우리 딸, 오늘 정말 멋졌어!"
라며 저 멀리서 엄지 척과 손하트까지 날려준다.
옆에 있던 한 엄마가 경탄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에어리얼 실크는 정말 강도가 높네요. 따님이 정말 대단해요!"
딸아이의 공중곡예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나는 여전히 수없이 눈을 감겠지만 아이가 땅으로 내려와 환하게 웃을 때마다 변함없이 가장 뜨거운 박수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