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애칭은 참 부럽다.
괜히 따라 해보고 싶을 만큼,
현실적이면서도 정이 묻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부부끼리 부르는 말들이
어쩜 그렇게 사람 냄새가 나는지.
여보, 자기, 당신… 심지어는 우리 신랑까지.
듣기만 해도 얼굴이 간질간질해진다.
어느 날, 나도 Alex의 애칭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그 사람 이름에서 따와, “Ali ”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근데 하필.
어느 해
우리 반에서 손과 눈을 가장 바쁘게 만드는
아이 이름도 알리다.
그 애칭?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알리를 우리 집까지
데리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국,
알리는 이제 안 되겠다.
그래서 줄이고 줄여
이제는 그냥 “Al”.
신기하게도 이 사람, 진짜 '알' 같다.
모난 구석 없이 매끄러운 성격.
웬만한 일엔 날을 세우지 않고
둥글게 허허 웃고 마는 그 담백한 결이 딱이다.
그래서 이 사람은 '알씨'다.
그럼 나도 있어야 하지 않나.
내 이름 말고, 나를 위한 예쁜 애칭 하나쯤.
“닉네임으로 불러줘!”
며칠 후, 알씨가 말했다.
“Good morning, Baby!”
아악!
아니야. 그건 아니야.
오글거려. 하지 마.
내가 제안했다.
“허니 어때?”
음…
자기가 오글거리는지
아니면 나의 느낌이 아닌지.
그냥 탈락.
그리고 며칠 후,
“Hi, Pumpkin!”
“… 뭐라고?!!“
“다시 한번 불러봐.”
아주 사랑스러운 얼굴로
진심을 가득 담아 다시 말한다.
“Hi, Pumpkin!”
이 사람, 오늘까지만 나랑 살고 싶은가 보다.
아니! 어떻게 나한테 펌프킨이라고 할 수가 있지?
호박에 줄 그은 수박, watermelon 도 아니고!
어릴 때 들었던 노래까지 떠오른다.
“병원에 가면~ 호박 같은 간호사가 나를 부르네~~“
왜 하필 호박이냐고!!
씩씩거리는 나를 보며
알씨는 당황한 얼굴로 말한다.
“북미에서는… 사랑스러운 사람한테 펌프킨이라고 불러…”
됐고!!
난 펌프킨 싫어.
그 많은 애칭 중에, 왜 하필 펌프킨?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나는 아이 셋 엄마가 되었다.
알씨는 가끔 나를 “mom”이라고 부른다.
그건 더 싫다.
“mom이라고 부르지 마.”
나는 엄마다. 맞다.
하지만, 나 이기 전에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라라다.
그리고 가끔,
멀리 출장 간 날 밤, 전화 끊기 전.
“Good night, Baby.”
그게 딱 좋다.
그 정도면
나를 잃지 않으면서,
사랑도 놓치지 않는 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