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번 학기 두 번째 Lockdown drill(*외부 위협
상황에 대비해 교실을 잠그고 숨는 안전 훈련)
이 있었다
오전 10시 반, 교장 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와
사이렌이 동시에 울렸다.
“Lockdown.”
순식간에 교실의 공기가 얼어붙는다.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창문과 문에서
보이지 않는 교실 구석으로 몸을 웅크린다.
Mrs. M과 나는 서둘러
창문을 닫고 블라인드를 내린다.
불을 끄자 어둠이 내려앉고
교실 안이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우리는 모두 숨을 죽인 채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그때, 복도에서 정적을 깨는 쾅쾅 소리가 울린다.
누군가 교실 문을 발로 차듯 두드리고
문고리를 거칠게 돌리며 소리친다.
“Open the door! Open the door!”
분노 섞인 목소리다.
겁에 질린 아이 하나가 울먹이며 속삭인다.
“Can I open the door…?”
다른 나라에서 전학 온 El였다.
락다운이 처음은 아닌데
여전히 이 상황이 감당하기 힘든 모양이다.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문을 열어주자고
매달린다.
주변에서 “조용히 해!!” 하는 날선 속삭임이 이어진다.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도
아이들은 숨죽이며 그 순간을 견디고 있다.
하지만 나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도
이 시간은 결코 쉽지 않다.
소리에 예민한 아이에게는 조용히 헤드폰을 씌워주고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든 J에게는
“이거 끝나야 놀 수 있어”라며 파란색 ‘u’와 노란색 ‘a’ 자석 글자를 손에 쥐여준다.
“a, e, i, o, u… vowels.”
작게, 그러나 신나게 중얼거리며
작은 손은 허공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어둡고 조용한 이 순간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를거 같은 L에게는
몰래 사탕 하나를 입에 넣어준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시간을 버틴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경찰관과 교장 선생님이
들어왔다.
“Good job, everyone.
That was a great lockdown practice.”
“Remember, never open the door.
No matter what you hear.”
아이들의 얼굴이 그제야 풀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나는 쉽게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옆에 있던 Mrs. M에게 나직이 물었다.
“Did you have lockdown drill when you were young?”
고개를 저으며
“No...”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말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숨는 법을 가르친다.
소리를 참는 법을 가르치고
문밖에서 누가 소리를 질러도
절대 열어주지 말라고 가르친다.
이 모든 것이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오늘 연습은 무사히 끝났다.
아이들도, 우리도 잘 해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
이 연습이 그저 연습으로만 남기를.
정말로,
이 가르침을 써야 하는 날이
영영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