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둘째 주, 눈이 거의 다 녹아갈 무렵 며칠간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더니 킨더 놀이터 곳곳에는 작은 웅덩이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건 계절이 바뀌었다는 신호이자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축제의 시작이다.
아이들은 노란 장난감 박스가 열리자마자 냄비 뚜껑, 찌그러진 냄비, 국자, 접시까지 손에 잡히는 대로 챙겨 든다. 그리고 웅덩이에서 물을 퍼 모래사장으로 부지런히 나른다.
아무리 부어도 모래에 스며드는 그 물은 어른 눈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지만 아이들은 놀라울 만큼 진지하고 분주하다.
한쪽에서는 “Stay away from the puddle!” 어른들의 외침이 반복되지만 아이들은 그 말을 한쪽 귀로 듣고 다른 쪽 귀로 정성껏 흘려보낸다. 그리고는 번쩍번쩍 뛰며 첨벙첨벙 물을 튀긴다. 그 꾸정물을 온몸으로 축제처럼 맞는다.
그때 한 아이가 달려왔다. 눈빛이 심상치 않다. 이건 분명 ‘첩보’다.
“Mickey is drinking the water!”
순간, 우리는 마치 내가 그 꾸정물을 마신 것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Miss P가 다가가 확인하듯 묻는다.
“Mickey, did you drink some water?”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주 밝은 얼굴로 대답한다.
“Yeah! I was thirsty!”
그렇다. 그는 목이 말랐고 시원하게 해결했다.
표정만 보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도 한 잔 들이킨 듯한 상쾌함 그 자체다.
Miss P는 재빨리 수습에 들어간다.
“No! That is dirty water. You can’t drink that. Go get your water bottle.”
하지만 Mickey는 여전히 해맑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진다.
“It’s okay! I will poop it out!”
완벽한 논리다. 그 어떤 반박도 허용하지 않는 유아식 생리학적 해결책.
나는 그 옆에서 생각한다.
저 꾸정물은 대체 어떤 맛일까?
나도 한 접시 마시면 저 순수한 킨더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물론 대답은 하지 않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
생각해보면 구정물의 매력은 맛에 있지 않다. 그건 금지된 것에 대한 호기심, 자연을 직접 만지고 싶어 하는 본능, 그리고 세상을 온몸으로 경험하려는 충동이다.
어른에게 웅덩이는 피해야 할 더러운 물이지만 아이들에게 그것은 실험실이자 부엌이자 바다이자 어쩌면 작은 우주다.
그래서 “들어가지 마라”, “마시지 마라” 수없이 말해도 그 말은 그저 배경음처럼 흘러간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눈앞에서 반짝이는 그 물이다.
결국 나는 안다.
이제 그 물을 마실 수도
그 속으로 뛰어들 수도 없다.
대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이들이 만든 작은 세계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한다.
아, 나도 한때는 웅덩이 하나로도
세상 행복했던 아이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