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동네 월마트만 가도 한국 스낵, 라면, 음료가
줄줄이 깔려 있지만
불과 15년 전만 해도 이야기는 달랐다.
차로 5시간을 달려 토론토 한인 대형마트로 ‘원정’을 가던 시절.
석 달에 한 번쯤 장도 보고 아이들 콧구멍에 바람도 좀 넣어주고 마트 옆 중국집에 들러 짜장면 한 그릇까지 비우고 돌아오던 날이었다.
그날은 평소와 달리 특별한 날이다.
세일이 아니어도 기꺼이 ‘플렉스’가 허락되는 날.
“얘들아! 먹고 싶은 거 하나씩 골라와!”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기회이자 동시에 인생 최대의
난제다. 나는 아일(aisle) 하나하나를 훑으며 움직인다.
신상은 뭐가 나왔는지 어떤 게 세일 중인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카트를 채운다.
석 달 치 장보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때 저 멀리서 아이들이 걸어온다.
세상 다 가진 얼굴로.
손에는 노란 봉지 하나씩.
Lay’s chips.
…???
아니, 우리가 지금 어디까지 온 건데.
차로 5시간을 달려 이곳까지 와서 고른 게 그거라고?
그건 그냥 동네 마트에도 있는 거잖아!
잠깐 어이가 없다가 문득 생각이 스친다.
‘아… 이 촌놈들은 한국인이 아니지. 여기서 태어난 캐네디언들이지.’
나였다면 새우깡이나 바나나킥에 환호했겠지만
이 아이들에겐 그저 가장 익숙한 맛
Lay’s면 충분했던 거다.
그래…
세일은 아니지만 오늘은 엄마가 기꺼이 사주마.
계산대 옆.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냉장고의 유혹이 시작된다.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골라!”
아이들은 스크류바를 집어 든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두 손으로 돌리고 돌리며 먹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이상하게 생겼네 ~ 스크류바! 꼬였네~ 빙빙 꼬였네~ 들쑥날쑥해 ~ 스크류바!”
이 노래를 알 리 없는 아이들의 입술은 빨갛게 물들어 가고 나는 옆에서 아맛나를 한 입 베어 문다.
아…
이 맛이지.
아는 맛,
아맛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