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가장 추운 2월 어느 날이었다.
눈은 여전히 쌓여 있었고 바깥공기는
숨이 바로 얼 것처럼 차가웠다.
마흔일곱을 바라보며
주변 지인들이 말하던 ‘갱년기’라는 것.
“잠이 안 와…”
“식은땀이 나...”
나는 늘 갸우뚱한 얼굴로 듣고 있었다.
아직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 이야기에 끼지 못하는 베이비 라라처럼.
그러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더워지기 시작했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교실 창문을 활짝 여는 것.
차가운 냉기를 들여와야
비로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안경에 김이 서릴까?
안경 위로 뿌옇게 올라오는 열기.
내가 이렇게 뜨거운 사람이었나?
콧물 훌쩍훌쩍하는 감기 기운도 없는데
콧등에는 자꾸 땀이 송곳송곳 맺히고
안경은 계속 흘러내린다.
늘어진 안경다리 때문인지 땀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계속 안경을 고쳐 쓴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워서
아이들 학습지 하나 집어 들고
계속 부채질을 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는
한여름처럼 민소매에 가디건은 필수.
급하게 더워질 때
제일 빨리 벗어던질 수 있는 건
가디건이 최고다.
여느 날처럼
가디건을 벗어던지고 부채질을 하며
창문을 더 열어야 하나 창문 고리를 돌리려는데
옆에 있던 아이가 말했다.
“Ms. Lara, I am so cold.”
뭐지?
춥다고?
왜?
그제야 보였다.
늘 한겨울에도 교실에선 반팔티만 입던 아이들이
오늘은 후디에 플리스까지 껴입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You guys are cold?”
“Yes.”
왜!
…
뭐여! 그럼
나 혼자만 더웠던 거여!!
…
애들아, 미안.
너희가 추운 줄 몰랐네.
언니들도 미안.
그 더운 게 이런 거였구나.
이게
갱년기 핫 플래시구나.
아앙..앙
오지 마세요, 핫 플래시.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단 말이에요.
그 불꽃 같은 플래시를 켜기엔
나는 아직 조금 더 ‘베이비 라라’
이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