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 커피는
목욕탕에서 마시던 삼각형 커피우유였다.
일주일에 한 번 가던 목욕탕.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이는
그 달콤 쌉싸름함으로 어른의 맛을 배워갔다.
그 뒤로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방식으로
커피 1, 프리마 2, 설탕 3의 황금 비율로
쉐킷쉐킷 저어 커피잔에 담아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른스러운 멋이었다.
그러다 정말 어른이 된 걸까.
어느 순간부터는 씁쓸한 블랙커피가
나를 다독이며 아침을 깨운다.
그렇게 커피는 목마를 때 벌컥벌컥 마시던
보리차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대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잠자리를 설칠까 걱정해야 하는 나이.
이 지독한 사랑을 조금은 내려놓아야 한다.
하루에 딱 한잔.
그래서인지 지금은 한 모금씩
천천히 음미하며 더 아껴 마시게 된다.
가끔 오후에 친구들과 만나
달달한 마키아토라도 마시는 날이면
그날 밤은 어김없이 천장을 바라본다.
“아, 왜 마셨을까.”
석경이가 디카페인은 어떠냐고
권해 마셔보기도 했지만
그건 마치 앙꼬 없는 붕어빵 같았다.
중요한 무언가가 빠진듯한 느낌, 밍밍하고 허전했다.
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원두를 갈아주는 코너를 지나는데
방금 갈린 듯한 고소한 향이 발목을 붙잡았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킁킁거리며 향을 잡아보지만
금세 흩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결국 참지 못하고 원두 봉지를 낚아채
꾹 눌러 향을 더 끌어올렸다.
“아... 좋다! 음~ 후!”
그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아져 그만 정신줄을 놓고
원두 봉지를 마치 심폐소생술이라도 하듯
마구 누르며 콧구멍을 벌렁거리던
그때, 석경이에게 딱 들키고 말았다.
“뭐 해?”
아... 아무렇지 않은 척
봉지를 카트에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우리 집에는 이제 드립 커피메이커도 없는데...
에라 모르겠다.
이건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
코로 즐기는 심폐소생용 커피다.
가방에 넣어두고 커피가 간절해질 때마다
킁킁 코로 마시면 그만이다.
오늘도 그렇게
소중한 블랙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