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 아래 눈이 시려 자꾸 찡그리다 보니
어느새 미간 사이엔 썽난 11자가 자리 잡는다.
내 썬구리!
눈시림도, 미간 주름도 막아주는 썬글라스.
짙은 안개에 축축한 비 소식이 들리면
깊은 땅속에서 꿈틀이들이 하나둘 올라온다.
내 썬구리!
그들과 눈 마주치지 않으려면 썬글라스.
텃밭은 어느새 작은 정글이 되어가고
어쩔 수 없이 쪼그려 앉아 호미질로 땅을 뒤집으니
평화롭던 다리 많은 이들이 화들짝 놀라
대이동 중이다.
내 썬구리!
그들의 따가운 시선을 차단하기엔 썬글라스.
오늘따라 삐약삐약 꼬꼬꼬…
꼬꼬댁이 되신 듯 쉴 새 없이 쪼아대시는 시어머니.
내 썬구리!
잔소리를 흘려보내기엔 썬글라스.
그리고 애들아,
오늘 저녁은… 닭다리 잡자! 삐약!삐약!
KFC 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요일, 큰아들의 수영 교실.
두 시 방향 어린이 풀에서 허우적거리며
“Mommy, look at me!” 손짓 발짓을 하는데
내 시선은 어느새 열 시 방향
어깨 쫙 벌어진 탄탄한 수영 강사님에게 고정.
아, 눈이 마주쳤다.
괜히 큰 잘못을 한듯 얼굴이 화끈.
허겁지겁
내 썬구리!
민망함을 가리기엔 썬글라스.
여긴 실내 수영장… 그래도 챙긴다.
세 달 수영 레슨 동안 나의 눈 호강을 위해.
썬글라스 없인 못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