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은 침을 뱉는 게 아니라 미소 짓기 위한 거야

by Ms Lara

킨더반 E에게 어느 날부터인가 고약한 습관이 생겼다. 화가 나거나 자기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상대방을 향해 침을 뱉기 시작한 것이다. 당황스러웠다. 아이의 분노가 섞인 투박한 행동을 어떻게 상처 주지 않고 바로잡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리소스 티쳐(Resource teacher)에게 SOS를 쳤다.

선생님이 내민 해법은 얇은 책 한 권이었다. <No Spitting Social Story>.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아이들이나 발달 지연이 있는 아이들에게 특정 상황에서의 올바른 행동을 그림과 짧은 문장으로 설명해 주는 '소셜 스토리' 교재였다.

No Spitting Social Story - Social Stories For Kids With Autism


“꿀꺽, 침은 삼키는 거야"

킨더반의 콰이어트 타임(Quiet Time). 다른 아이들이 낮잠을 자거나 휴식할 때, 잠이 없는 E와 나는 복도 책상에 나란히 앉는다. 보통은 인형 놀이를 하거나 비즈를 꿰던 우리 둘만의 30분. 하지만 오늘부터는 이 시간에 아주 특별하고도 지극히 '현실적인' 수업을 하기로 했다.

책의 내용은 명확했다.

"침을 뱉는 건 안 돼요. 침을 뱉으면 선생님과 친구들을 슬프고 화나게 할 수 있고, 사람들을 아프게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론만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E 앞에서 직접 시범을 보였다. "자, E. 봐봐. 입안에 침을 모아서… 꿀꺽!" 나는 아주 진지하게 침을 삼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입을 크게 벌려 확인까지 시켜 주었다. "침은 뱉는 게 아니라 이렇게 안으로 꿀꺽 삼키는 거야."

E는 내 입안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이내 자기 입안의 침을 '꿀꺽' 소리가 나게 삼켰다. 우리는 마치 대단한 훈련을 하는 선수들처럼 앉아, 수차례 침을 모으고 삼키는 연습을 반복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내 입은 미소 짓고, 말을 하기 위해 있는 거예요(My mouth is for smiling and using words)"라는 문장을 향해 가는 짧지만 치열한 여정이었다.


상상하지 못한 것을 가르치는 일상

보통 사람들은 알까? 학교라는 곳에서 글자나 숫자가 아니라, '침을 삼키는 법'과 '내 입의 용도'를 가르치기도 한다는 것을. 나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나는 매일 교실 안팎에서 해내고 있다.

아이의 목울대가 움직이며 침이 안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의 순간.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E가 세상을 향해 내뱉던 화를 스스로 갈무리하기 시작했다는 위대한 변화의 신호로 읽힌다.


미소가 머무는 입술

오늘도 E는 복도 책상에서 나와 눈을 맞추며 연습한다. 침을 뱉는 대신 꿀꺽 삼키는 법을, 그리고 그 입술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선택하는 법을 말이다.

"잘했어, E! 꿀꺽 잘했네. 너의 미소가 정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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