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9월은 EA(특수교육 보조사)들에게 일 년 중 가장 고된 달이다. 새로운 아이들을 맞이하며 서로의 세계를 배워가는 탐색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EA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아이와의 ‘연결(Connection)’이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가는 것.
그 과정이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이번 9월에 만난 S는 다른 학교에서 전학 온 1학년 아이였다. 전학 오기 전 전달받은 서류 속의 S는 그야말로 ‘비상 상황’에 가까웠다.
*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근처 민가 뒷마당에서 발견된 전적
* 화가 나면 때리고, 꼬집고, 발로 차는 공격적 행동
* 통제하기 어려운 고성
인수인계의 마지막 문장은 경고처럼 들렸다.
“반드시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세요. 언제든 아이와 함께 전력 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메아리 속에서 시작된 대화
처음의 S와는 정상적인 대화가 거의 불가능했다.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반향어(Echolalia)가 심했다. 질문을 하면 대답 대신 메아리처럼 같은 문장이 돌아왔다. 그래도 나는 묻기를 멈추지 않았다.
“S, 주말에 뭐 했어?”
“Walmart.”
“학교 끝나고는 뭐 해?”
“VeggieTales video.”
긴 문장은 어려웠지만 아이는 단어로 자신의 생활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작은 단서들을 놓치지 않고 모았다. 알파벳 자석판에 S가 좋아하는 ‘VeggieTales’ 캐릭터 이름을 함께 만들고 캐릭터가 그려진 색칠 공부 페이지를 건넸다. 아이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을 보며 나는 조용히 S만의 '치트키 리스트'를 작성해 나갔다.
색칠 공부, VeggieTales, Swimming Class
그리고 Walmart(Hot Wheels).
“월마트 안 갈 거야?”
어느 날, S가 심하게 흥분하며 스스로 제어력을 잃어가던 결정적인 순간이 왔다. 고성이 터지고 몸부림이 심해질 때 나는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지막 무기를 꺼내 들었다.
“S, 계속 그러면 엄마한테 오늘 Walmart 가지 말라고 해야겠다.”
아이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No! No! No!”
소리를 지르고 울음을 터뜨리며 몸부림을 쳤지만 잠시 뒤 아이는 스스로 눈물을 닦고 내 말을 듣기 시작했다. 아마 월마트에 가서 'How Wheels' 미니카를 구경하는 소중한 시간이 사라질까 봐 걱정됐을 것이다.
서류 속 S는 ‘공격적이고 도망치는 아이’였다. 하지만 내 눈앞의 S는 좋아하는 장난감 구경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애쓰는 여덟 살 아이였다.
이 방법이 마법 같은 해결책은 아니다. 사실은 일종의 협상에 가깝고, 언제까지 통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 우리를 이어주는 가장 분명한 연결 고리임은 확실했다.
추격전 대신 생긴 말 한마디
이후로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전력 질주의 횟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돌발 행동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 내게는 아이를 멈춰 세울 ‘언어’가 생겼다. 복도를 걷다가 아이가 돌발 행동의 기미를 보일 때, 나는 슬쩍 말을 건넨다.
“S, 언제 엄마가 Walmart 간다고 했지?”
“새로운 자동차 장난감 들어왔을까?”
그러면 아이는 잠시 멈춰 생각한다. 대화는 여전히 짧고 갈 길도 멀다. 그래도 이제 우리는 서로를 멈춰 세울 수 있는 공통의 화제를 가지고 있다.
9월의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며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이를 뒤쫓아갈 체력을 기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관심을 두는 곳을 함께 오래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서류 속의 ‘문제 행동’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지금 내 곁에는 색칠 공부를 좋아하고 월마트의 미니카를 사랑하는 아이 S가 있다.
이 강력한 ‘월마트 카드’가 힘을 잃기 전까지 나는 계속 아이의 세계를 살펴볼 생각이다. 다음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