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Run Away! M의 무모하고 투명한 의리

by Ms Lara

점심시간 후 찾아오는 45분의 야외활동(Recess).

아이들에게는 해방의 시간이고 나에게는 아이들이 규칙을 잘 지키는지 매서운 눈으로 살펴야 하는 ‘안전 요원’의 시간이다.


온통 하얀 눈으로 덮인 캐나다의 겨울 운동장에는 곳곳에 작은 빙판이 생긴다. 아이들은 무릎으로 그 위를 미끄러지는 ‘슬라이딩’에 열광한다. 질서를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 사이로 유독 한 아이가 자꾸만 새치기를 하며 규칙을 깨기 시작했다.


“경고 한 번, 두 번, 세 번!”


참다못한 나는 아이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규칙을 지키지 않았으니 여기서 더는 놀 수 없어.”


다른 놀이로 유도해 보았지만 아이는 자석에 끌리듯 다시 나타나 슬라이딩 줄을 흐트러뜨렸다. 결국 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가혹한 처벌인 ‘선생님 옆에서 5분간 서 있기’를 명했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에게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그저 지켜만 봐야 하는 ‘멈춤’은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벌이다. 시무룩하게 서 있는 아이 곁으로 우리의 '꼬마 엔지니어 M’ 이 다가왔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M이 묻는다


“Why he can’t play? (왜 얘는 못 놀아요?)”


“규칙을 안 지켜서 그래. 여기서 기다려야 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M이 갑자기 내 두 다리를 덥석 껴안더니 친구를 향해 간절하고도 절박하게 외쳤다.


“Run! I will hold Miss Lara! Run away! “.


순간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가까스로 표정을 관리했다. 나를 붙들고 늘어진 M의 눈빛에는 한 치의 장난기도 없었다. 다행히 벌을 받고 있던 아이는 상황을 알고 있었다. 여기서 도망가 봐야 상황만 더 나빠진다는 걸.

아이는 그저 멍하니 우리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Nice try, M, but let go! That's not helping!


다리를 붙잡힌 채 내가 말했지만 M은 한동안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5분이 지나고 벌을 받던 아이가 규칙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다시 빙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M은 그제야 내 다리에서 떨어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심스레 빙판 위를 가로질러 다른 놀이에 합류했다.


운동장 빙판의 소음은 금세 작은 소동을 삼켜버린다.

다시 매서운 눈으로 아이들의 동선을 쫓는다. 앞뒤 재지 않는 M만의 무모하고 투명한 의리. 규칙과 훈육이 매일 팽팽하게 맞서는 현장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예고 없이 툭 튀어나오는 아이들의 맥락 없는 진심 앞에 나의 엄격함은 속절없이 무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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