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선호사상, 여아선호사상.
내가 태어난 시대는 아들을 낳아야 하는 시대였다. 아들없이 딸만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을 보면 어김없이 할머니들은 '딸만 둘이여?' '아들은?' '없어?' '그럼 아들을 낳아야지.' '아들 하나 더 낳아야겠네.'
듣고 싶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고 어떻게 대답해야할지도 모르겠는 말들을 했을 것이다.
우리 엄마는 첫째로 딸을 낳고 나를 낳았다. 아들은 집안의 기둥이고 대들보이던 시절. 엄마에게 나는 치욕이었을 것이다. 6살까지 남자처럼 상구머리에 멜빵바지를 입고 다니며 남자인척 해야했다. 다행히 나는 예쁜 얼굴이 아니고 평범한 얼굴이어서 옷으로 치장을 하니 제법 남자아이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옷으로 나를 가려도 나는 여자. 나는 나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며 살았다. 그것도 20대까지.
엄마한테 아무리 원망해도 엄마는 그런 사회에서 자신도 지켜야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자신이 그 상황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받고 싶어했다. 하지만 엄마는 나를 지켜주지 않았다.
내 아이가 태어난 시대. 이 시대는 아들보다 딸이 점점 더 귀하게 여겨지는 듯 하다. 종종 '아들이 둘이여?' '든든하겠네.' 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이런 말씀을 해주신 분들은 당신께서 아들을 낳았는지 딸을 낳았는지는 말씀하지 않으신다. 하지만 그 말안에는 아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나에게 전달해주신다. 그리고 왠지 나도 아들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을 깊이 묻어두셨다가 조용히 뱉어내시는건 아닐까 생각이 든적도 있다.
하지만 아들만 둘 데리고 다니면 주변에서 '아들만 둘이여?' '딸은?' '딸이 있어야 하는데.' '딸이 있어야 엄마가 좋은데.' 라는 말을 더 많이 듣게 된다. '아들만 둘이여?' '욕심이 많은가보네.' '딸이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말씀하신 분도 마주친 적이 있는데 그 분은 딸을 낳고 당한 설움을 악착같이 딸과 이겨내신 분들인 것 같았다. 당신은 지금 딸이랑 얼마나 행복한지 딸이 자신을 얼마나 잘 챙겨주는지 이야기 해주신다. 종종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이 더 낳으라고 하시는 어르신도 만난적이 있다. 당신이 형제가 많았는데 얼마나 행복하고 좋았는지 알려주고 싶어 하셨다.
우리 엄마도 아들 둘을 낳은 나를 부러워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런 엄마가 서운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사내 아이 둘을 키우고, 나이가 들어가는 엄마를 보면서 엄마가 아들 안키워봐서 그래. 나보다 더 말 안들었을걸. 하는 생각을 한다. 엄마는 나를 있는그대로 봐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딸인 내가 좋고. 내 아들들이 좋다.
세상에서 말하는 이러쿵 저러쿵 들이 내 마음을 들쑤실때도 있지만 다들 각자의 삶안에서 느낀 서러움 행복 기쁨 슬픔들이 다 날아가지 못한채 가슴에 번데기로 남아 있는 것일테니. 아직 자라지 못한 마음을 그렇게라고 풀어내면 언젠가 날아가지 않을까. 나 또한 그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