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그냥 흘렀다고 하면 핑계일까요?
아이들을 키우며 하루하루 살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나는 나대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살았다. 그는 그대로 세상을 살아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냥 내 이야기이다. 내가 8년 가까이 아이들을 홀로 키우면서 성장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왜 나왔는지 결혼 생활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주제가 아니다. 혹여나 막장 드라마 글을 읽고 싶어서 들어온 것이라면 이 글만 끝까지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혼을 결심하고 별거를 하면서도 이혼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 당시 그런 에너지도 힘도 없었다. 특히 돈이 없었다.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소송으로 가려면 변호사비용과 소송비가 필요한데 나는 돈이 없다. 그리고 그 당시의 어린아이들을 키우려면 시간과 돈과 에너지가 많이 들었다. 그런 소중한 것들을 싸우는 것에 쓰고 싶지 않았다. 단순했다. 나는 지금 내가 가장 최선을 다해야 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모든 것을 쓰고 싶었다. 필요치 않고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 마주쳐서 노려보고 험담하는 것은 내 에너지를 빼앗는 일이니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 생명체들을 그저 지키는 일에 온 힘을 쏟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니 내 시간이 생기고 그러고 나니 이제는 이렇게 글을 쓸 시간도 힘도 생겼다. 연이 아닌 것을 끊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제 내 주변에 흩어진 것을 정리하고 다시 온 힘을 내가 하고 싶은 것 사랑하는 것에 쏟고 싶어졌다.
그러다 보니 부정적인 감정들이 밀려왔다. 잊고 있었던 아니 어쩌면 구석에 깊숙이 처박아 두었던 감정들이 쑥 밀려왔다. 가슴에 돌덩이가 하나 얹어졌다. 몇 날 며칠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되지 않았다. 또 눈물이 난다. 이 감정들을 그렇게 풀어내고 풀어냈는데도 아직 얽힌 것들이 아직 풀어지지 않은 것들이 내 안에 있었나 보다.
특히, 이혼을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아직까지도 합의가 되지 않는 지금, 이 글을 통해서 내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다.
양육권과 친권을 달라고? 내가 아이들과 함께한 이 시간을 단순히 1년에 몇 번 만나 밥을 먹는 시간과는 매달 보내주는 양육비와는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데. 그래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권리 필요하다. 내가 떳떳해지기 위해서는 인권도 여성권도 아동권도 참정권도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양육권과 친권이 있다고 진짜 엄마 아빠는 아니니까. 나에게 중요한 것은 허울뿐인 권리가 아니다. 그것으로 내가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까지 가져갈 수 없다. 내가 아이들을 지키려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까지 박탈시킬 수는 없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을 남기고 싶었다. 아니 수다를 떨고 싶었다. 사람들을 만나도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내가. 비밀스러운 구석이 많다는 소리를 듣는 내가. 그저 나는 우리 애들이랑 이렇게 지낸다고 내 소중한 시간들을 옆집 언니에게 푸념하듯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그뿐이다. 그러니 나는 내 글에 누군가에 대한 험담이 아닌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채우고 싶다. 내 글을 아름답게 채우고 싶다.
언젠가 큰 아이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엄마 엄마도 우리 키우는 이야기를 써봐.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보고 도움받을 것 같아."
내가 하는 이야기들을 잔소리가 아닌 지혜의 말로 듣고 받아주는 큰 아이가 늘 고마웠는데. 특히 큰 아이의 이 말을 나에게 큰 감동이었다. 그동안의 내 시간 들에 대한 보상을 받은 기분. 나에게 큰 상을 내어주는 말이었다. 나는 어리석고 부족한 엄마다. 낮에 화내고 자기 전에 후회하는 보통의 엄마처럼 아이를 키웠다. 그럼에도 그런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아이야말로 나를 더 많이 성장하게 하는 정말 복덩어리이다. 내가 아이들을 키운 결과물은 아이들의 성공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들을 쌓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계속해서 쌓아가고 있는 이 시간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