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발표 방법들
"엄마, 우리 선생님은 우리의 생각이 궁금하지 않은가 봐. 발표를 안 시키고 바로 정답을 보여주셔."
학교를 마치고 온 큰 딸이 선생님이 발표를 안 시켜서 발표를 못해서 아쉽다며 투덜거렸다.
"갑자기 너희 전 담임 선생님이 고맙네. 네가 발표를 하고 싶은 것은 네 전 담임 선생님이 너무 발표를 잘 시켜주셔서 발표의 즐거움을 알아서 그런 거야.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참 좋은 분이셨다. 따뜻하셨고 누구보다 친절하셨다. 그런데 아이는 선생님이 다 좋은데 발표를 안 시켜주는 게 제일 아쉽다고 했다. 그렇게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아이가 발표를 하고 싶었다고 하는 것을 보고 나도 나를 돌이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발표를 그렇게 많이 시키는 선생님이 아니었다. 진도가 급하다며 한 시간에 2개 차시씩 진도를 나가기도 했다. 발문을 하면 아이들이 손을 드는 아이들이 몇 명이 없고, 맨날 드는 친구들만 들어서 발문 하는 것이 의미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그때를 돌아보면 손을 들지 않는다고 해서 사고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발문을 던진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그 순간 사고하게 하는 것이다. 매번 발표하는 친구들이 발표하면 어떤가. 손을 들지 않는 친구들도 그 순간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발표를 많이 하는 선생님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발표 훈련이 필요하다.
남들 앞에서 많이 말해 본 친구들이 나중에 무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무대 공포증이 심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만 하면 목소리가 떨렸다. 강의를 많이 하면서 어느 정도 좋아졌지만, 아직도 청심환을 복용하고서야 떨림이 진정된다.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은 나중에 본인의 의견을 당당히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발표 훈련을 열심히 시키게 되었다. 발표 훈련이 잘 되니까 내가 수업하기가 편해서 좋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시키고 있다.
3월이 되면 먼저 매일 아침 활동시간에 줄줄이 발표를 한다. 주제는 가장 간단한 것을 말하게 한다.
줄줄이 발표는 정해진 순서대로 일어서서 발표를 하는데 24명 기준으로 10분 정도가 걸린다.
아래는 연습하면 좋은 예시 발문이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답변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다. 줄줄이 발표는 앉은 줄대로 하면 되는데 목소리를 크게 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처음부터 크게 발표하기는 쉽지 않다. 본인의 이름을 크게 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기 옆반에서 들릴 정도로 발표해 보라고 해야 목소리가 조금 커지는 친구들도 있다. 부끄러움이 많은 친구들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아이들마다 속도가 다르다. 천천히 기다려 주자. 3월에 자주 하고, 4월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침활동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수업을 마치고 알림장을 적고 나서 여유가 있을 때, '오늘 배운 것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말해보시오'라는 발문으로 줄줄이 발표를 시켜 배운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릴레이 발표는 학생들이 서로서로에게 발표 순서를 넘기는 방법이다. 교사는 "릴레이 발표로 5명이 발표하겠습니다. 먼저 수연이가 시작해 주세요." 이렇게 말하면 자동적으로 릴레이 발표가 시작된다. 학생들이 서로서로를 지목하기에 교사는 한 발짝 떨어져서 발표를 들을 수 있어 편한 방법이기도 하다. 보통 남자는 여자를 지목하는 것처럼 이성을 지목하게 해야 친한 친구만 시켜주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학생들이 손을 들었을 때 교사가 1명을 지목하고 그 학생의 발표가 끝나서 다시 손을 들고 다시 1명을 지목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모된다. 이러한 시간 소모를 막기 위해 발문을 하고 학생들이 손을 들었을 때 한 번에 2, 3명씩 지목하면 좋다. 예를 들면 경험 나누기 단계에서 "온도계를 사용해 본 적이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학생들이 손을 든 모습을 살펴보고 "김서준, 이영주 발표해 보세요." 이렇게 두 명을 지목하는 것이다. 이런 발표 지목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절약할 수 있어 좋다.
두더지 발표는 발표하고 싶은 학생을 모두 일어서게 하고 한 명이 발표하면 생각이 같은 친구가 앉는 방법으로 진행되는 발표이다. 일어섰다가 앉을 수 있기 때문에 수업이 지루해질 때쯤 진행하여 주변을 환기시킬 수도 있고,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는 보통 수업의 마무리, 학습 정리 단계에서 사용하는데 "오늘 공부에서 알게 된 점, 느낀 점을 발표해 봅시다."라고 발문 하고 일어서면 생각을 말하는 대로 같은 생각인 학생을 앉게 지도한다. 예를 들어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먼저 노란 동그라미 학생이 발표를 한다. 그러면 같은 노란색의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앉는다.
다음으로 빨간 동그라미 2번 학생이 발표하고 하늘색 동그라미 3번 학생이 발표한다.
이렇게 발표한 학생들은 앉으면서 모두가 발표하는 내용이다.
학생 참여 중심을 위해서는 다양한 발표뿐 아니라 수업 속에 모둠 활동을 구성하여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둠 발표가 끝난 후에 PMI 피드백을 하게 되는데, 이때 학생들이 발표를 마치고 직접 진행하게 한다. 아래는 두더지 발표를 활용하여 모둠 동료 평가를 진행한 예시이다.
눈치 발표는 말 그대로 먼저 일어서서 말을 하는 친구 먼저 발표하는 발표이다. 먼저 일어선 사람이 발표권을 얻으며, 같이 일어섰을 경우 먼저 입을 떼는 학생이 우선 발표권이 생긴다. 손을 드는 과정이 없어 게임처럼 진행하며, 수업이 활기를 줄 수 있으나 서로 발표하려는 친구가 많으면 말이 겹치는 경우가 있어 긴박감이 느껴질 수 있다. 한 번씩 시도해 보지만 우리 반은 늘 발표 경쟁이 치열해서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경우가 있어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발표의 이름들은 선생님들이 많이 쓰는 이름으로 소개했지만 사용하시는 선생님이 다른 이름으로 변경해서 아이들과 약속해도 좋다. 그리고 선생님이 발표 방법을 만드셔서 활용하실 수도 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 특히 하루 종일 함께 보내는 초등교사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한 선생님이 되어 주시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