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컨설팅을 하며 후배들에게
어제 부산은 1차 점수가 나왔다. 아마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한숨 돌린 임용 후보생도 있을 것이고, 눈물 날 것처럼 초초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둘 다 다시 2차 시험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커트라인을 오가는 후배들일 수록 절박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여유가 있는 경쟁자들이 훨씬 떨지 않고 잘 해낼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준비하는 마음과 절실함, 그리고 그 노력은 어떻게든 면접관들에게 전달된다. 그것을 믿어야 한다.
수업실연 컨설팅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스터디 내용과 매뉴얼은 시대가 흘렀음에도 예전과 너무 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자칠판이 교실 가운데를 한가득 채우고 있음에도 저 구석에 있는 TV를 틀고 뒤에 잘 보이는지 묻는다는 것과 삑 하고 TV를 켜는 것이다.
뭐 이러한 동작들은 임용의 승패에 크게 좌우되거나 점수를 흔드는 것들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새롭게 임용고시 수업실연 매뉴얼을 짜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후배들아, 이미 전자칠판을 터치만 해도 화면이 넘어가는데 삑삑 입으로 소리 낼 필요가 없어. 차라리 화면을 터치하는 모습을 보이렴."과 같이 말이다. 물론 이것은 컨설팅을 하며 늘 느끼는 내 의견일 뿐이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순전히 내 생각들을 여기에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구상시간 15분 동안에는 왼손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로 요약해서 종이를 접어 그곳에 쓰자. 그리고 조건들을 빠르게 적어 넣자. 실연 중 만족해야 하는 조건들을 빠트리지 않되 보고 읽는 것은 안된다. 핵심 키워드만 적어놓도록 하자. 문제를 받고 학습문제를 먼저 확인한다. 그리고 전시학습이 어떤 내용이었을지 추측해 보자. 그런 부분이 문제에 제시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아니라면 떠올려야 한다. 비록 그게 틀리더라도 괜찮다. 실연에서는 자신감이 반이다.
전시 내용을 자신감 있게 떠올려보자. 수업실연은 보통 <도입-활동 1, 2>까지 나오는 경우가 있고 <활동 2, 3-정리>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우선 보고할 수 있기 때문에 조건을 놓쳐서는 안 된다. 했는지 안 했는지가 중요하고 그다음이 제대로 했는지이다. 조건이 뭔지 잘 모르겠더라도 꼭 그 조건을 넣은 말을 하자.
첫 시작 1분은 나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시간이다. <도입-활동 1, 2>가 수업 실연 조건으로 나온 경우, 더욱더 어필하기에 좋다. 가벼운 구호나 노래로 실연을 시작하면 열정이 보여 보기에 좋다. 원래 공개수업을 진행할 때에도 학습 분위기를 조성할 때 간단한 노래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컨설팅을 할 때 첫 30초는 본인의 열정을 표현하는 시간으로 쓰라고 조언한다. 학년 수준에 꼭 맞는 것으로 해야 된다는 것 잊어서는 안 된다. 수업 주제가 6학년 내용인데 "공부 기차가 칙칙폭폭~"은 아니올시다, 이다.
전시학습 상기 발문은 후배들 대부분은 "지난 시간에 무엇을 배웠나요?"라는 질문으로 전시학습을 상기한다. 이런 발문도 틀리지는 않다. 배움 공책을 펴놓고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이 기억나면 눈을 깜박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올해에는 그런 경우가 없었지만 예년에 컨설팅을 할 때 그렇게 배움 공책을 활용해서 전시학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공책을 보고 떠올리는 것도 틀렸다고 할 수 없지만 초반에 발문이 오가거나 교사의 몸짓과 높낮이의 고저가 보이는 음성이 보여주면 훨씬 밝은 이미지와 기운을 전해줄 수 있으므로 나는 OX퀴즈를 많이 권한다. 너무 긴장되면 손이 배에서 풀 바른 듯 움직이지 않고 목소리가 떨리기 때문에 O를 크게 머리 위로 만들면서 긴장을 푸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단어로 말해보기 등 다른 사람들이 쓰지 않는 방법들도 떠올려보는 것이 좋다. 하루 종일 같은 수업만 반복해서 보며 심사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나만의 도입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컨설팅을 하다 보면 대부분 후배들이 비슷한 도입을 가지고 온다. 땡땡이의 고민이나 '삑'소리를 내며 영상 시청하기 등이다. 그래서 나는 본인의 끼를 보여주거나 간절함,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동화구연을 추천한다. 아니면 땡땡이의 일기와 같은 생활 속에서 가지고 올 수 있는 도입이 좋다.
그리고 경험을 떠올려보는 도입은 정말 칭찬할 만한 도입이다.
학습문제를 이끌어내는 발문 "오늘 어떤 공부를 하게 될까요?"를 꼭 하는 것도 잊지 말자.
활동 안내는 꼭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학습문제를 위해 "오늘 어떠한 활동을 해보게 될지 알아봅시다. 활동 1. 시계 보는 법을 알자! 활동 2. 시계 게임하기, 활동 3. 시계 문제를 맞혀라! 이렇게 세 가지 활동을 하게 됩니다."라는 말은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용 수업실연을 할 때에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활동 1 시계 보는 법을 알자!'를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아! 지금 저걸 하고 있구나. 하고 알 수 있어 좋다.
정말 실연하는 본인은 열심히 뭔가를 하는데 보는 사람은 지금 뭘 하는 거지?라고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오늘 컨설팅을 하려고 조건을 실연하는지 적어가며 듣는대도 조건을 실행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까딱하면 해놓고도 점수를 잃을 수 있으니 꼭! 정확하게 웃으며 '나 조건 지금 하고 있어요~'라고 시선을 보내면서 하자.
순회지도를 할 때에는 최대한 면접관에게 앞모습을 보이자. 안 그래도 마스크를 써서 전달력이 떨어지는데 등을 지게 되면 정말 뭐라고 피드백을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 학생에게 따뜻하게 시선을 맞추고 심사자를 향하는 모습은 그래도 플러스가 된다. 순회지도 시에는 못하는 학생, 집중이 안 되는 학생에 대한 피드백만 하지 말고, 성취도 상, 중, 하를 나누어 학습목표에 관련된 피드백을 하려고 노력하자. 그래도 가장 먼저 해야 될 피드백은 '다문화 학생 1명에 대한 피드백을 하시오'라는 조건에 있는 내용이다. 잊기 전에 꼭 먼저 하고 뒷부분 내용을 챙겨 실연하자. 교실을 넓게 쓰며 삼각형을 그리며 피드백을 하는 것도 좋다.
발문에 대한 대답 피드백에서 몸짓과 표정으로 하는 피드백도 좋다. 수업실연 시에는 학생들의 대답을 심사자가 알 수 없지만, 발문과 대답 외의 비언어적 피드백을 하는 모습도 보여주도록 조언한다. 예를 들면 엄지를 치켜드는 모습,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과 같은 피드백이다.
몇 학년 수준인지 알기 위해서는 지도서 가장 앞쪽에 학습목표를 모아둔 두 페이지를 읽어보며 학년 수준을 예측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과학 문제 같은 경우는 문제를 보고도 어떤 실험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교과서를 책 읽듯이 넘겨보자. 학년 수준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았는데도 모르는 경우에도 괜찮다. 자신이 생각한 실험이 맞다고 생각하고 수업실연에 임해야 한다. 이미 틀렸어도 어쩔 수 없다. 다만 자신이 없으면 목소리가 작아지고 전달력이 떨어진다. 무조건 내가 맞다고 생각하고 수업을 실연해 나가야 한다. 실험은 비록 틀리겠지만 심사자가 '저분이 선생님이 되면 잘 가르칠 것 같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면 결과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연 시에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 전달력, 흡입력 있는 모습, 그리고 떨지 않고 자신이 준비한 것을 해나가는 모습이다. 나는 너무 많이 떨고 무대공포증도 심해서 매번 이런 순간에 '우황청심환'의 힘을 빌린다. 정말 떨려서 나처럼 머리가 하얗게 되는 사람이라면 청심환을 복용하는 것도 권해본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후배들 모두 모두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