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핼러윈데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3년, 영어전담교사를 하게 되었을 때부터였다.
영어 교과서에 핼러윈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고 "Trick or Treat"라는 표현도 있었다. 그리고 Jack O"Lantern에 대한 이야기까지 읽어보는데 핼러윈의 유래부터 그날 하는 놀이까지 너무 재미가 있었다.
나는 영어교실을 호박 모양을 오리고 박쥐를 잘라 붙여 핼러윈 느낌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그리고 곳곳에 게임 코너를 만들어 미션을 성공하면 원어민과 함께 사탕을 주었다. 사탕을 받기 전에 "Trick or Treat"을 하게 하면 소박한 핼러윈이 마무리된다. 미리 사탕과 초콜릿을 준비했다. 아이들은 너무 재미있어했다.
이런 아이들의 반응이 행복해져서 동료 선생님에게 너무 재미있는 수업이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동료 선생님은 내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말씀을 하셨다.
"아니, 그런 서양 명절 행사를 왜 우리나라에서 하는 거야? 우리나라 명절이나 잘 챙겨야지."
뭔가 내가 놓치고 있는 걸까. 동료 선생님의 반응이 이해되지가 않았다.
나는 맘카 페들을 돌며 핼러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동료 선생님과 같은 생각들이 많았다. 그래서 뭔가 주눅이 든 듯이 다음 날 다른 학년 핼러윈 행사를 진행하며 동료 선생님께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했어요. 핼러윈 행사가 교과서에 나오더라고요'와 같이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나, 교과서에 있으니 당연히 했다>는 말을 덧붙여서 했다.
그러다가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 문화인 핼러윈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게 된 것은 핼러윈에 입는 의상이 재미있고, 귀신 이야기는 신기하고, 사탕과 초콜릿, 과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문화인 강강술래가 더 이상 젊은이들은 재미가 없고, 쥐불놀이, 지신밟기가 뭐가 즐겁겠는가.
명절에는 제사를 지낸다며 음식하느라 바쁜 집이 아직도 많고 나이 드신 어른들 중심으로 움직인다.
청년과 아이들은 명절 운영 방식에 대한 결정권이 하나도 없다. 그러한 우리나라 명절이 뭐가 매력적이겠는가.
나는 할로윈을 즐기는 청년들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도깨비 데이를 만든다면 재미있게 잡기 놀이를 하고 분장도 하고 너무 잘 놀았을 텐데.
우리나라는 오랜 시간 동안 먹고사는 것이 중요하여 그런 젊은이들의 놀이 문화보다는 조상들에게 복을 빌고 소원을 비는 것에 중심을 두었다.
그에 비해 핼러윈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마음대로 입고 싶은 의상을 입어 자신을 표현할 수 있으며 좋아하는 캐릭터의 분장을 따라 해도 되는 파티 같은 날이다. 이러한 파티에 본인도 얼마나 참여하고 싶고 즐기고 싶겠는가.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적당한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설렘도 주는 즐거운 날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아이들은 핼러윈데이를 좋아하고 기다린다. 그래서
나는 올해 교실에서 아이들과 사탕봉지를 만들었다.
서양 문화가 싫다면, 우리의 명절도 조금씩 달라지면 좋겠다. 젊은 사람들과 나이 드신 분들이 격이 없이 어우러져서 즐길 수 있는 명절 문화면 좋겠다. 뭔가 우리나라 만의 이벤트 데이가 만들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