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흰건반검은건반 Oct 19. 2021

선생님들과의 가을 산책

가을의 색을 찾아서

오늘 교생 선생님들의 일정은 4교시까지 스마트 실에서 Zoom 화면으로 공개수업을 보고, 점심식사를 하시고 수업 대기실로 가서 수업을 준비하시는 것이었다.

우리 반 교생 선생님 4명은 4교시 스마트 실에서 공개 수업을 보시고 교실로 오셨다. 내가 수업 대기실 의자가 불편하실 것 같아서 1시 이후에 아이들이 하교하면 교실에 계셔도 된다고 했는데, 4교시 수업을 마치고 바로 교실로 오셨다. 아이들과 점심시간에 놀아 주고 싶으셨던 것 같았다. 참 따뜻한 교생 선생님들이시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5교시 수업 주제는 <주변에서 가을의 색 찾기>였다.

아이들과 가을의 색을 찾아보러 교정을 산책하려 했다. 아이들과 재잘재잘 함께 걸으면 가을바람도 몸으로 느끼고 가을의 색깔도 이곳저곳에서 보일 텐데.

교생 선생님과 같이 손잡고 이 교정을 걸으면 아이들은 이 순간을 얼마나 더 아름답게 기억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교생 선생님들께 물었다.

"5교시는 가을의 색을 찾기가 주제라 아이들과 나가서 주변을 걸으려고 해요. 혹시... 선생님들께서도 함께 걸으실래요?"

선생님들께서는 모두 좋다고 하셨다.

아이들은 생각지도 않았던 교생 선생님과의 산책을 하게 되환호성을 질렀다.

밖은 벌써 가을이 오고 있었다. 나오기 전에 아이들에게

"11월은 되어야 낙엽을 밟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단풍도 많이 물들지는 않았을걸?" 했는데

벌써 나뭇잎의 색깔이 변하고 있었다.

너희들은 언제 그렇게 물들었니.

매일 정신없이 출퇴근하며 본 나무들은 그냥 그대로였는데, 아이들과 산책하는 이 시간 마법처럼 가을의 색으로 바뀐 거 같았다.

아이들은 교생 선생님과 신나게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발맞추어 걸으면서 행복해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마스크를 뚫고 나오는 것 같았다. 나도 아이들의 밝은 표정과 교생 선생님의 생기가 전달되어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우리는 함께 한새 탑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이 교생 선생님 머리 위로 손바닥 탑을 쌓으며 장난을 쳤다.

귀염둥이들아, 교생 선생님이 그렇게 좋니.

그리고 대학교를 한 바퀴 뱅 돌았다. 이곳은 20년 전에 내가 다니던 대학교였다.

참 선생님이 되고 싶어 했고, 그래서 더 감사한 마음으로 다녔던 학교이다.

이곳에 내 20년 전 기억 속의 건물들은 다른 건물들로 많이 바뀌었고, 내 추억 속의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데, 나는 다시 20년 후 이곳을 아이들과, 그리고 교생 선생님들과 함께 걷고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20년 전에는 없었던, 우리 학교의 포토존이 있다.

바로 <스승의 길> 탑이다. 실습 기간이면 정장을 입고 여기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선다.

나는 이곳에서 교생 선생님과 아이들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아이들과 교생 선생님이 <스승의 길> 앞에 함께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 반 귀염둥이들은 정말 센스 넘치게 다양한 포즈를 해 주었다.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선생님들도 행복한 산책이었다고,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해 주셨다. 내 마음도 뿌듯해졌다.

오늘도 나는 내가 우리 반 아이들의 선생님이어서 행복했고, 우리 반 교생 선생님의 지도교사여서 행복했다.

우리 반 교생 선생님들께서도 꼭 2년 후엔 나와 같은 느낌을 받고 있으실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선생님은 멀리서 너희를 늘 응원하고 있을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