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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건반검은건반 Jan 11. 2022

공부를 즐기기 위한 습관 만들기

인내를 거친 후에 즐거움의 열매가 온다.


나는 어렸을 때 피아노 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피아노 학원에 다니면서 열심히 연습했고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피아노 콩쿠르에서 상을 타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피아노에 소질이 없었다. 지금 40살이 넘어서 그때 피아노를 잘 치던 친구들은 다들 피아노를 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요즘에도 피아노를 치고 있고, 피아노를 즐기고 있으니 결국 즐기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을 이긴다고 말한다.

오래 하는 게 이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즐기고 있으니 이긴 걸로 하자.


아이들과 피구를 할 때 (특히 다른 반과의 경기에서) 승부욕에 불타서 지면 억울해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러다가 싸우기도 한다. 그래서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이 말을 꼭 해 주어야 한다

"이 경기에서 이기는 사람은, 이 순간 가장 즐거웠던 사람이야. 이기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중요해."

공부도 마찬가지다. 힘들지만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이긴다.


내가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해도 콩쿠르에서 다른 친구들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은 내가 소질이 없어서 이다.

음악은 90%의 재능과 10%의 노력으로 결정된다(내 생각)고 할 수 있을 만큼 잘하려면 가지고 태어난 재능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이미 엄마 뱃속에서부터 음감, 박자감 같은 음악성은 결정되는 것이다. 많은 논문에서 선천적으로 결정되며, 음악교육을 통해 가진 능력을 돋우어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뿐만 아니라 공부에서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음악처럼 모든 공부는 잘하는 타고난 유전자가 있다.

빠르게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고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도 있다.

우리 아이가 공부에 소질이 없다고 느껴지면 나중에 공부를 못할까?

그렇지 않다. 두뇌가 늦게 발달하는 경우도 있고, 후천적인 공부 습관에 의해 잘하는 경우도 많다.

꼭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공부습관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공부하는 과정은 아이의 사회성 발달과 사고력 발달에 도움을 주며 힘든 과정을 인내하는 속에서 많이 성장한다. 그러니까 공부를 잘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서 성공경험을 맛보고, 인내를 배우며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공부'에는 국수 사과 영 같은 과목뿐 아니라 다양한 공부가 존재한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보통 아이들이 공부해라~ 소리를 듣는 시간은 12년이다.

긴 기간을 지치지 않게 즐겁게 걷다가, 뛰다가 쉬어가다가 하려면 엄마의 마음이 단단해야 한다.

신발끈도 고쳐 매고 하늘도 보고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

중간중간 아이에게 실망스러운 순간들이 많이 올 것이다. 이때 지치지 말고 힘을 내야 한다.

나는 잘하지는 못해도 즐겁게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부모의 의지만으로 가 끌고 가는 아이들은 끝까지 함께 갈 수가 없다. 내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천천히 계단을 밟고 올라갈 수 있도록 부모가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가 주는 것이 필요하다.



1. 아이가 못 할 거라고 미리 각오하기


이를 위해, 먼저 아이의 능력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조금만 잘해도 칭찬해 줄 수 있다.

공부의 양도 조절해 줄 수 있다.

아이를 부모가 직접 가르칠 때 가장 필요한 마인드가(좀 과한 표현을 적자면) '우리 아이는 정말 돌대가리야.'에서 시작해야 막상 가르치면 그 정도는 아니니 아이도 부모도 힘이 난다고 한다.

'우리 아이니까 잘하겠지'라는 기대는 빠른 포기를 가져온다.


2. 부모와 함께 노력하기


올해 6학년이 되는 우리 키 작은 둘째는 태어나서부터 경련을 해서 대학병원에 오래 다녔다. 자주 아파서 키우는 동안 내 속은 말이 아니었다. 아이는 경련을 예방하기 위해 뇌를 재우는 약을 2년 동안 매일 아침저녁으로 복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사치였다. 무조건 건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그런 마음먹고 있는데도 유치원 공개수업을 갔을 때 너무 슬펐다.

선생님이 바로 앉아 집중하라고 우리 아이의 이름을 크게 부르셨는데, 그 목소리에는 '너 어제도 집중 못하더니 오늘도 그러니, 정말 지친다.'라는 마음이 다 느껴지도록 담겨있었다. 나는 같은 교사니까 그것이 너무 잘 느껴졌다.

발레 문화센터 공개수업에서도 우리 둘째는 집중하지 못했다. 공개수업에 함께 갔던 나의 아버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걱정을 하셨다. 아버지도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평생을 바치셨다.

집중을 못하는 둘째는 학원에 보낼 수가 없었다. 집중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올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 두면 아이가 부진아가 될 것 같았다.

나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집중시간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아버지께서는 매일매일 아이 옆에 앉아서 공부를 가르쳐 주셨다. 초 1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30분부터 시작했고 지금은 3시간까지로 아이가 집중 공부 시간이 늘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한 것은 '똑똑한 아이로 키우자'가 아니라 '참는 것도 배우는 아이로 키우자'였다. 사실, 똑똑한 아이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하도 아팠기 때문에.

아버지는 기대를 하지 않고 인내로 가르치셨다. 공부도 너무 못하고 이해력도 떨어지고 집중을 못해서 포기하고 싶다는 말도 여러 번 하셨지만 포기하지는 않으셨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지금은 6학년을 앞두고 있다. 아이는 할아버지의 정성으로 정말 매우 똑똑해졌다.

물론 이 똑똑해졌다는 기준은 엄마인 내 기준이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은.


아이가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은 바로 '인내'였다. 일명 '엉덩이 힘이다'라고 하는 것인데, 하기 싫은 것도 참게 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겠는가. 하기 싫은 것도 참고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에 공부를 대입시키는 것은 많은 아이들이 공부를 가장 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에 직원을 채용한다고 생각해보자. 힘들다고 바로 뛰쳐나가는 사람과 힘들어도 적응시간을 견디는 사람들 중 누구를 채용하겠는가. 나는 우리 아이가 어디에서도 쓰임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공부하는 과정은 인내를 기르고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다.


혼자 공부하면 외롭다. 엄마나 아빠가 함께 공부하자.  

나도 맞벌이니 얼마나 엄마랑 같이 공부하는 게 힘든지 안다. 하지만 아이들은 혼자 공부하는 게 힘들다. 아이 숙제할 때 옆에서 휴대폰을 보더라도 옆에 있어주면 좋아하고, 아이의 공부를 들여다 봐주자.

보면서 "우와~ 우리 00이 너무 잘하네. 이렇게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데 대단하다."

라는 구체적인 칭찬도 잊지 말자.

그리고 옆에서 일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며 함께 무언가에 집중한다.

스마트폰 중독이 있는 불량 엄마라도 좋다. 물론 나도 대한민국 최고의 불량엄마이다. 넷플릭스에 빠져서 보느라 요즘 정신이 없다.

그래서 아이에게 모범이 되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는 아이의 이해를 구하자.

"엄마가 일하고 돌아와서 마음이 쉬고 싶어서 스마트폰을 보는 거야. 언제부터 언제까지만 볼게"


3. 공부를 즐기게 하기


방학 중에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맡은 공부를 척척 해내는 아이들은 이미 어른보다 낫다. 하지만 우리 둘째처럼 집중도가 낮고 학원을 보내도 공부를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겠고, 공부를 너무 힘들어하거나 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키우시는 부모님은 너무 답답하실 것이다.

공부를 잘할 수는 없으니 즐기게 하자!

먼저, 쉬운 공부부터 시작해서 <성공경험>을 키우자.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만큼을 정하자. 지금 공부는 다른 아이보다 잘하기 위함이 아닌 먼 미래를 보고 나아가기 위함이다. 자신감은 어려운 문제에도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아이가 지금 학년 수준도 어려워하는데 선행을 할 필요가 없다. 공부는 자신감이 정말 중요하다. 개그맨 김영철도 늦게 영어를 시작해서 영어 강의까지 하러 다니지 않았는가.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나중에도 공부할 수 있다. 공부는 20살에 끝나지 않는다. 나중에 할 수 있도록 뿌리를 다지는 것이다.

둘째, 집중시간을 30분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늘리자.

초등 집중시간은 보편적으로 40분으로 본다. 그래서 학교 수업시간이 40분이다. 그러니 40분은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40분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집에서 연습하자. 꼭 수학 공부가 아니어도 좋다. 40분간 화장실에도 가지 않도록 미리 볼일을 마치고 앉아서 40분을 독서라도 할 수 있도록 연습하자. 그리고 수준에 맞춰 시간을 늘리자.

셋째, 아이가 가장 즐거운 공부도 찾아보자

우리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학원이 다 원격으로 들어갔을 때, 과외로 전환했다. 벌써 2년째이다. 그간에 스스로 부족하면 공부를 하기도 하고 자유롭게 보낸다. 이 시간에 대해서는 절대로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시간 계획을 세워 방학을 보내게 되었다. 과외시간 말고는 다 스스로 정해야 한다. 솔직히 아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믿고 응원한다. 

우리 아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얼마 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패드를 선물로 사주었다. 그리고 네가 그림을 그리는 시간도 '공부시간, 미술시간'이라고 말해주었다. 아이가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보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니 춤을 추는 시간은 '체육시간'이다. 그것도 다 공부시간에 포함시켜서 공부시간을 조금씩 늘려보자. 공부시간이 늘어야 아이들도 성취감이 올라간다.

넷째, 휴식시간도 정하자.
아이가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준다.

초등학생은 둘째는 좀 시간이 많고, 중학생인 첫째는 하루 6시간 정도 휴식시간이다.

이 시간은 식사시간, 미술시간, 체육시간을 제외한 시간이다.

휴식시간을 충분히 줄 수 있도록 하자. 아이의 마음이 쉬는 시간이지만 약속이 필요하다.

"괜찮아"라고 말해주자.

무엇보다도 공부하느라 힘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잔소리를 줄여야 한다. 정말 잘못한 것 아니면 다 허용해준다. 아이 마음의 쉼터가 되어주자.

초등학교 6학년 때, 아이가 단체 톡방에서 실수를 하고 많이 울었다. 나는 아이에게 '괜찮다'라고 했다. 왜냐면 내가 볼 때는 아이가 본인의 실수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바닥에 마음의 굴을 파고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엉엉 우는 아이를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다독였다. 오히려 아이가 빨리 단톡방의 무서움을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단톡방에서 정말 많은 학폭이 발생한다. 우리 아이가 지혜롭지 못했지만 그것도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아이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욱더 중요시 여겼으며 단톡방에서 실수를 하지 않았다.

"괜찮다"라는 부모의 말은 아이들을 안정시킨다.



우리 둘째는 지금 본인이 공부를 매우 잘한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사실 중학교 가봐야 공부를 잘하는지 성적표로 확인할 수 있음을 나는 알지만 나는 우리 아이의 자신감이 너무 기특하고 귀엽다. 네가 그동안 참고 해왔던 공부의 인내가 이제 빛나는 거라고 말해 주었다.

둘째도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나는 어릴 적에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곳저곳 학원에 보내달라고 졸랐는데 우리 아이는 아무것도 배우고 싶지 않다고 해서 정말 서운했다. 억지로 미술학원이라도 보내 놓으면 2달을 넘기지 못했다. 집중도, 인내도 없었다.

이러한 우리 아이가 할아버지의 정성에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얼마 전, 교생지도를 할 때 만난 25살의 대학생 선생님이 무척 기억에 남았다. 이 분은 초등교사가 꿈이었는데 공부는 하기 싫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막상 성적에 맞는 대학에 입학하고 보니, 예전에 꿈을 버릴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다시 도전하여 5년 동안 4번의 실패를 맛보고 5번째 교대에 입학하셨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내신은 어떻게 되었냐고 하니까, 5년쯤 지나니 수능으로 내신 등급이 매겨졌다고 했다.

나는 늦게 공부를 하고 싶어 집중했고 5번의 도전에도 포기하지 않은 교생 선생님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다. 공부는 진짜 내가 필요해서 할 때 빛난다.

우리 아이가 공부가 필요할 때가 오면, 그때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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