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24-03-25)
다양한 내 관심사에 맞춰 인스타 탐색 창엔 여러 주제가 나온다. 그러다 그림에세이가 흘러왔다. 이런 운명이! 이럼 봐야 하잖아. 어쩔 수 없지 생각하며 주인장 프로필을 클릭해 순식간에 세네 개를 봤다. 그러다 한 게시물을 다 보고 처음으로 돌아가 두 번 보았다.
https://www.instagram.com/p/C4z4rPpLAvL/?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이거.
같이 있으면 세상의 때를 씻겨 주는 친구가 떠올랐다. 생각이 나 공유했다고 하며 링크를 보냈다. 친구가 퇴근을 하고 전화를 했다. "링크를 클릭했는데 이거 안 깔았다고 두 장 밖에 안 보여줬어." 웃음이 나왔다. '인스타그램이 잘못했네! 왜 내 친구에게 불친절하니?'라는 생각이 압축돼 문장보다 먼저 나온 리액션. 다른 주제로 넘어가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얘기하다 "oo 이는 옛날부터 모든 일에 진심이잖아."라는 말을 들었다. 뒤에 나온 말은 "너처럼 먹는 일에 진심인 사람이 없어."였다. 어떤 맥락에서였든 나를 칭찬해 주다니 기뻤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24-03-26)
그거 알아? 너는 한참 빛났다? 싫고 소름 끼쳐서 헤어지거나 서로가 도움이 안 되어 멀리 하거나 어쨌든 부정적이게 결말이 났는데 솔직히 만나는 모든 과정 전부가 싫진 않았어. 걸려온 전화에 수면바지 차림으로 달려 나가 같이 밤 벚꽃 가로수길 걷는 것 기뻤고 기분 우울해하면 치킨 집 데려가 준 일 고마웠어. 대화하다 내 손을 끌어당겨 자신 심장 위에 올리고 두근거려하며 좋아하던 모습, 말도 더럽게 안 들으면서 바보처럼 해사하게 웃는 모습. 기억에 있어. 어제 잠 자기 전에 김보영의 소설 <다섯 번째 감각> 두 번째 이야기까지 읽었는데 당연한 사실들을 '이게 만약 어디에서나 일반적이지 않다면?'이라는 식으로 뒤틀어 세상을 봤어. 그런 맥락과 같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벌어지는 일. 가족, 친구와 하는 대화랑 연인끼리 하는 말이 달라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어.
할 일은 많지만 심심한 것, 알아? (24-03-27)
읽다 만 김보영의 소설 <다섯 번째 감각> 네 번째 이야기까지 읽었다. 어떻게 촉각과 청각을 통해 누리는 것을 이렇게 이야기로 표현할 수 있지? 두근거리는 심장. 저 소설은 SF소설이다. SF 소설은 터무니없다고 안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 이 싫다는 이유가 좋아하는 이유가 돼버렸다.
스무 살 나는 짧은 치마 아래에는 그것보다는 긴치마를 겹쳐 입어서라도 입고 싶은 건 입었고 멜빵치마도 어울릴까에 대한 겁 없이 구매했다. 지금은 긴- 치마만 입는다. 멜빵치마는 옷장 안 붓으로 칠해진 그림처럼 그냥 있다.
몇 년 전부터 나의 일기는 쇼핑몰 배너가 바뀌는 시기가 정해져 있듯 예상할 수 있었다. SF소설을 좋아하게 됐듯 멜빵치마를 더 이상 입지 않게 됐듯 무언가 바뀌면 좋겠다. 답답하다. 재미없어. 심심해. 유튜브도 웹툰도. 볼거리는 많은데 심-심-해. 할 일은 많은데 심심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