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 :)
눈송이가 내리는 고요한 소리, 거리의 캐럴, 종종걸음으로 귀가를 서두르는 사람들의 움직임. 겨울은 크리스마스의 화려한 조명으로 따뜻해 보이지만, 그 빛의 얇은 막 아래의 현실은 시리고, 바람은 차다.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인 이 계절이, 추위를 견디기 힘든 이들에게는 긴 인내의 시간이다. 그래서 이 계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다른 계절과는 조금 다르다.
날씨의 채도와 온도가 함께 낮아지는 이 시기, 북쪽 나라의 흰족제비는 여름내 입었던 갈색 털을 벗고 순백의 코트로 갈아입는다. 눈 덮인 세상에서 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려는 생존의 선택이다. 혹독한 계절을 이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고요한 투쟁이다. 겨울 문턱을 넘으며 우리 마음이 가라앉는 것도 그 계절을 마주하는 우리 몸의 반응 일지도 모른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계절성 정동장애 (SAD, 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 부른다고 한다. 어려운 용어지만, 말 그대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마음의 날씨가 요동치는 증상이다. 단순히 ‘계절을 탄다’는 수준을 넘어 지속적인 무력감과 피로, 체중 변화 등을 동반한다. 몸은 아침을 맞이했지만 뇌가 '밖이 어두워!'라고 외치면, 수면 호르몬이 멜라토닌을 거두어들이지 않고 아직 밤이라고 고집을 피우는 셈이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원인을 알았으니, 그 안에 답이 있을 것이다.
“빛”
빛은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하고 어긋난 생체리듬을 바로 잡아준다. 아침 햇살을 충분히 쬐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의 시상하부는 비로소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라며 잠들었던 감각들을 깨운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강렬한 인공 빛을 쬐는 ‘광치료’가 권장되기도 한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흔들리는 높낮음의 반응이, 내게는 마치 우리 몸이 특별히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것으로 들린다. 일 년 내내 효율만을 위해 달려온 우리 몸이 “이제는 좀 멈춰서 쉬어보자.”며 강하게 착한 브레이크를 걸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북유럽 사람들이 긴 겨울을 이겨내는 방법처럼, 우리도 ‘의지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어.’라고 맞붙을 것이 아니라, 햇살 아래 멈춰 서서 내 안의 생체 시계가 태양과의 대화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다.
브런치 작가님들이라면, 햇살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종이 위에 사각사각 연필을 굴리며 원고를 쓰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뇌를 깨우는 것은 인공적인 밝기뿐만 아니라, 우리처럼 문장을 고르고 마침내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의 설렘, 그리고 응원의 ‘좋아요’와 '댓글'로 소통하는, 바로 그런 과정과 경험일 것이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었던 동지도 지났다. 조상님들은 이 어두운 날, 팥죽 한 그릇으로 마음의 그림자를 몰아냈다. 팥에 든 비타민 B1은 뇌의 조명을 다시 켜주고, 세로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은 불안을 낮춰준다고 한다. 붉은 팥죽 한 그릇에 ‘이제부터는 낮이 길어질 것’이라는 희망까지 담았던 그 지혜가 오늘날의 과학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제 우리는 매일 아침, 아주 조금씩 햇살이 길어지는 하루를 맞이한다.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지금, 당신의 창가에 더 많은 햇살과 더 따뜻한 문장들이 머물기 바란다.
구독자 여러분, 그리고 제 글을 읽어 주시기 위해 방문해 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저의 ‘광치료’ 세요. :)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또 저희는 글에서 뵙도록 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Img 001 : Sahurs Meadows in Morning Sun, Alfred Sisley, 18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