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첼로에게

영혼을 가진 모든 것들에 안녕

by Dear Ciel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드라마를 늘 챙겨서 볼 수 없었지만, 어제는 마지막 회라고 해서 보았다. 클래식 음악이 배경이 되는 영화나 드라마에는 눈길이 가서 한 번은 머물러 있다 오거나 한다. 여자 주인공이 바이올린을 그만두기로 하고 악기와 이별하는 장면을 보면서, 옅은 송진 냄새와 함께 나의 악기가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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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가 되려고 준비하고 살아가던 어느 날, 하나가 삐끗하더니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되었었다. 꽤 오랫동안 적응을 할 수 없었지만 표현하지 않고 대충 보이는 길들을 여기저기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고 있었던 어느 날, 어머니가 전화를 주셨다. 집 정리를 하려고 하는데 내 물건들 중에서 어떤 것들을 정리해도 되는지 물어보셨다. 늘 멀리 있었고, 곁에서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했기에, 최대한 빠르게 ‘예’와 ‘아니오’로 물건들을 줄지어 놓았다.


거의 마무리가 되어갈 때 즈음에, 어머니는 내 악기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하셨다. 먼저 말씀하지는 않으셨지만 정리하고 싶어 하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다른 물건들에서처럼 표시 내지 않고, ‘악기 그냥 파세요.’라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는 더 이상 생각이 이어지지 않도록, 소리며 손가락 끝에 남아 있던 감각들을 잘라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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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전공자로 살기 위해서, 피아노에서 첼로로 악기를 바꾸었을 때, 늘어난 그리고 반듯이 지켜야 했던 하루의 연습량은, 어렸던 나에게서 음악 하는 기쁨을 빼앗아 가 버렸다. 그래서였는지 그 악기에게 따뜻한 말 한 번을 제대로 해 주지 못했던 것 같다. 그에게 약간의 문제가 생기게 되면, 산 꼭대기 어디 즈음에 위치했던 악기 고쳐 주시는 아저씨네로 여름계단을 올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악기와 나는 서로 함께 생활하는 법을 맞추어 가고 있었던 것 같다.


선 위에 있는 어딘가를 꼭 집어서 물어보면 단 한 번도 잊어버리지 않고 응답을 해 주었고, 나의 작은 흔들림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색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도 알려주었다. 그렇게 소리 내어 읽어주었던 그의 이야기들이 재미있어질 즈음에,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그렇고 저런 이유들 때문에 결국 그만두어야만 했다.


드라마에서 악기에도 영혼이 있으니 작별인사를 하라고 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그 영혼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 내었다. 누군가에게 또 이야기를 읽어주고 있을 그 친구의 모습이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나만 알 수 있는 왼쪽 어깨 부분에 있었던 표시 나지 않는 뾰루지도, 얼굴 어느 부분엔가 있었던 조금 더 검은 피부색 등, 눈을 감았더니 조금 더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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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악기에게 늦었지만 작별인사를 보낸다. 너무 늦어서 미안하고, 나에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세상을 보여주어서 감사하다고. 그리고 지금은,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며 더 아름다운 소리로, 더 많은 이들에게 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제대로 마침표를 찍어야 다음 문장을 시작할 수 있음에도, 나는 손가락에 털실을 매달고 이리저리 살아왔나 보다. 엉킨 실들을 잘라내고 매듭을 지어, 제대로 이별하지 못했던 모든 영혼을 가진 것들에 늦었지만 작별을 한다.





Images : Susan Rothenberg | Untitled, 1977 |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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