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쯤 살아봐도 서툴까
무심하게 묶어 놓은 바람들이 코 끝을 지나가면, 꼭 들어야만 하는 음악들이 있다. 나의 달팽이관 회전각과 비슷하게 잡혀있는 것인지,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 같을 때에도 균형을 잡고 들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들의 음악을 듣는 것은 나만의 오래된 일상의 작은 느낌표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다른 연주곡들을 연결해서 듣기도 하고, 특정한 몇 개의 곡들은 정해진 한 사람의 연주만을 고집해서 듣기도 했었는데,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나의 음악적 편식을 조금씩 바꾸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검색을 통한 쉬운 접근성 때문에, 좋아하는 곡 하나에 여러 명의 연주들을 연결해서 들어보기 시작한 것이다.
어제는 쉽게 잠이 들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결국은 일어나서 책상에 앉았다. 막상 일어나서 무엇이든 해 보려고 했지만 집중은 할 수가 없었다. 오른쪽 발목을 빙빙 돌리면서 고양이 4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을 켰더니, 작은 손으로 눈을 가리며 돌아누운 모습을 보고 있다가 에어팟을 선택했다.
이번 주에는 3명의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하나의 곡을 계속 듣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으니, 마치 3명의 책 읽어주는 남자들을 통해서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반복적으로 만나고 헤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헤어짐을 상자에 구겨 넣고 있는 하얀 반지 선이 선명한 그녀의 손, 지나간 공간 안에서 기울어진 그림자를 끌어안고 있는 그의 모습이 떠 오른다.
문득, 언젠가 그들처럼 길어진 그림자를 밟고 있었던 나에게도, 아니 우리 모두에게도, 3번쯤 다르게 살아볼 수 있는 ‘그날’이 주어진다면, 지금의 과거와 그때의 미래로 새롭게 만들어진 오늘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인생을 세 번쯤 리셋 한 우리들의 삶은, 서툴지 않고 매끄러울 수 있을까.
어쩌면 그 세 번의 기회를 젊잖게 돌려주고, 오늘을 당당히 살아갈 사람들이 대부분일지도 모르겠다.
IMAGES : Rebecca Dautremer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