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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Ciel Oct 22. 2021

시작하면서

| 2020

코로나19의 물리적인 힘은 크고 넓고 깊었습니다. 언제나 끝나게 될지 모르는 팬데믹이라는 상황과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포맷의 일상이 시작되면서 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나와의 대화는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을 볼 수 있도록 하였고, 마음이 움직이는 것들에 다가가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잠 못 이루던 어느 날 새벽, 고민하지 말고 움직이기를 결정했습니다. 오랜 타향살이를 툭툭 접어 커다란 가방에 넣고는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2주간의 시설 격리 시간 중에 ‘매일 손빨래하는 즐거움과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 9603 km

9303 Km 거리의 두 개의 하늘|★(っ’-‘)  토네이도가 오고 있는 A의 하늘과 같은 날 Ciel의  하늘


A와 제가 친구가 되어가는 시간은 봄과 여름이 지나고 있는 어느 즈음이 아닐까 합니다. 그녀를 알고 지낸지도 벌써 10년도 훌쩍 넘어 20년이라는 시간으로 가까이 갑니다. 전공과 학교는 달랐지만 그녀와 저는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생활했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와서 일을 하고 있던 저와 한국에서 영어교육/성우 일을 했던 그녀였기에 대화할 수 있는 소재들도, 공감할 수 있는 것도 많았고 취향도 비슷해 처음부터 쉽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마음의 기울기가 급해지면 그 각도만큼의 가파르고 어두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 Drawing English

공간과 시간에 변화가 생기면서 제 마음이 알려준 것 중의 또 다른 하나는 A와 함께 언젠가 해 보고자 계획만 했던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드로잉 잉글리시’는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이 아닌 스케치 놀이,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리스닝 테스트를 하고 영어 받아쓰기를 하는 것 대신 그림으로 써 내려갑니다. 정답이 아닌 참고용 그림을 다음 시간에 만나보고 그림과 관련된 일상의 글도 읽어 보면서 자신만의 기록과 기억을 쌓아갈 수 있는 손에 잡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 들리는대로 나만의 미술관

언젠가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던 막연한 ‘생각’을 묶어 보았습니다. 기획을 하고 글을 쓰고 포스팅을 하면서, 참고할 그림의 대상과 방향은 계속해서 다듬고 있으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제 자신과도 어울리는 색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이번 브런치 북은 같은 제목 (들리는대로 나만의 미술관)의 매거진에 업데이트했던 그림들 중에서, '매일 글을 쓰고 포스팅하기'라는 저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었던 1회에서 8회까지의 내용입니다. 첫날은 그림을 읽어 드리고, 다음 날은 참고했던 그림을 소개합니다. ‘매거진’에서 ‘브런치 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읽는 분들이 날짜와 이름을 직접 쓰시고, 자신의 그림/스케치와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첨부해 보았습니다.


A가 바라보는 하늘(좌), Ciel이 담은 한국의 가을 하늘(우)



참고했던 그림들은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그림을 눈이 아닌 로 먼저 만나보시고, 그 설명대로 기본적인 스케치를 하신 후에 읽는 분의 상상과 스토리를 포함하여 드로잉을 완성해 봅니다. 이렇게 태어난 그림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당신’의 그림이고 기록이며, 그것이 모여 ‘당신의 미술관’이라는 책의 형태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목을 정해 보았습니다.


영어가 학습이 아닌 소통하는 도구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언어가 가지고 있는 그만의 리듬감과 감수성과 표현력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고 나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재미있는 여정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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