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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Ciel Aug 17. 2021

그의 방

[ 그림 받아쓰기 01 ] 보기

| 월요일 같은 화요일

미루어 둔 어제 몫만큼을 다듬어 올리는 일을 잠시 멈추고 앉았다. 생각지 못한 서늘한 온도를 입고 지나가는 바람의 총총걸음에 오늘이 며칠인지 확인한다. 계절을 맞이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너무 덥다'와 '너무 춥다'라는 그들의 기세 등등함에 봄과 가을은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만 같을 때가 있다. 하지만 예외는 없다. 정해진 시간이 오면 그들도 짐을 싸고 움직여야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벗어나 오늘 같은 앳된 가을색 립스틱을 한 바람과 그윽한 눈매를 한 하늘을 만날 때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부캐(부 캐릭터)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대부분의 우리들은 2-3가지의 상황별 얼굴 마스크를 휴대하고 살아간다. 마스크와 함께 생활한 시간의 길이에 따라 그것의 착용 유무를 나 이외는 구별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프로답다.'라고 한다.


진정한 프로들은 그 마스크의 무게를 느끼지 않는 것일까. 나의 성숙하지 못한 프로페셔널함 때문인지 아니면 성격 탓인지 모르겠지만, 일을 마치고 방에 도착한 후 사회생활용 마스크를 벗을 때마다 나는 그것의 무게감에 휘청거린다. 모자와 장갑도, 방패와 창도 내려놓고, 온전히 내 모습을 하고 있을 수 있는 공간. 그곳에서 충분히 나 다움을 충전하고 내일을 준비한다.



| 그는 어땠을까?

마스크를 쓰고 사회생활을 잘했다면 그의 경제적인 삶이나 작품에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그의 그림과 삶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심리학적으로, 화학이나 물리학적으로 접근하고 설명한다. 그의 노란색이 침울해지면서 납성분이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공간의 조명을 조절한다. 나를 포함해서, 팬이라고 하는 이들은 그의 그림을 만나기 위해 멀리 있는 미술관을 방문하고, 벽 하나를 채울 커다란 포스터를 붙여 놓고, 책을 사서 모아둔다. 그런 우리들을 만나는 그의 영혼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몇 가지 옷, 작은 거울, 물이 담겨 있을 것 같은 병, 직접 앉을 의자와 손님을 위한 또 하나의 간단한 형태의 나무의자. 싱글 사이즈 침대 가까운 벽 양쪽으로 그림 액자들이 있다. 그는 어느 방향으로 누워서 잤을까. 푸른색을 하고 있는 옷장일 듯 한 문을 열면 무엇이 있을까? 크롬 옐로와 황산염의 흰색들이 자신의 차례를 준비하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활짝 열면 보이는 창 너머 계절에 사람들과 자연을 만나며 인사하는 그의 목소리는 어떤 음색을 가지고 있을까. 그의 우체부 친구를 부를 때, 아를의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모델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할 때는 또 어떤 음 노트로 노래 부르기를 멈칫거렸을까.


노란 집에 이제 '막' 도착한 그의 친구를 설렘과 기쁨으로 맞았던 그때. 그는 그의 이름을 먼저 불렀을까 아니면, '어이 먼길 오느라 수고 많았네. 가방 이리 주게나.'라고 했을까. 고갱과 고흐 사이에서 서로 불렀던 닉네임은 있었을까.


설렘이 무너져 내리던 9개의 7일을 지나 고갱이 떠나던 날, 고흐는 인사를 할 수 있는 감정적인 여유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을까. 그와 고갱에 대한 글들을 읽어보면 그렇지는 못했을 것이다. 고갱이 그의 초대를 거절하고 함께 지내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고갱이 떠나는 날, 고흐는 그의 손과 발이 되었던 이젤과 붓들을 이끌고, 최대한 멀리 움직여 허공에 색을 입히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방, 소박한 침실.

그곳에서 쉼 없이 자신을 위해 속삭였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I dream of painting and then I paint my dream.


The Bedroom, Vincent van Gogh


Sketch of The Bedroom, Vincent van Gogh


I’m looking at three sides of a bedroom.
Imagine now the room is a big clock: you and I are standing at the 6 o’clock position. So let’s divide the room into numbers.

At 12 o’clock, there is a humble wooden chair.
And moving to the right at 1 o’clock, there is a picture.
Below it, is a wooden peg rail holding three shirts and ... a straw hat.
From 1 to 3 o’clock, there is a bed...with headboard and footboard.
Above the bed at 2 to 3 o’clock, there are four pictures.
Back up at 12 o’clock, there is a slightly open window above that chair.
And at 11 o’clock, there is a square wooden table.
Above it is a mirror hanging from the wall from a nail.
At 10 o’clock, I see a towel hanging from a nail and another wooden chair sits at 9 o’clock.







Avenue in a Park, Vincent van Gogh, Arles, May 1888

The Bedroom, Vincent van Gogh, Arles, October 1888

Sketch of The Bedroom, Vincent van Gogh (1853 - 1890), Arles, 16 October 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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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all from Van Gogh Museum, Amsterdam (Vincent van Gogh Foundation)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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