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표

by Dear Ciel

가을바람보다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어 창문을 닫았다.

돌아서자 얇은 옷으로 바르르 떨고 있는 선풍기가 보였다. 늦여름이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핑계로 정리를 미루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에어컨보다 선풍기가 좋다.

아니, 선풍기보다 창문을 열고 얼음물을 마시며 여름 속에서 계절을 지내는 편이다.

어느 여름부터인지 계절의 강도가 해마다 강해지고, 나의 오래된 방식들만으로는 그 뜨거운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어졌다.


올해도 작년보다 더운 여름이었고, 두 친구는 누구보다 부지런했다. 한 해 한 해 나이 드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닌데, 앞으로도 그들의 일에 대한 강도는 늘어날 것이다. 한 계절을 함께 견딘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은 꼭 먼지를 털고 닦아 정돈해 주기로 마음먹는다.


얇은 뼈대에 눌러앉은 먼지를 닦아낸다. 공기 중에 흐릿하게 흩어져 있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물걸레 위에서 검고 끈적한 덩어리로 나타난다. 마치 여름 내내 떠다니던 나의 희미한 생각의 그림자 같다.


케이지를 열고 날개를 닦고 그림자를 털어낸다. 먼지가 떠난 자리에는 비로소 선풍기 본래의 색이 드러난다.

그는 이제 가을부터 봄까지 긴 잠에 들 것이다.


이제는 에어컨 차례다. 필터를 분리한다.

"나는 너보다 훨씬 바빴어."


그의 투덜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나는 대꾸하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야. 내 안에 일어난 수많은 바람의 흔적은 네가 알지 못하지.’


어쨌든 우리는 함께 여름을 지나왔다. 그 시간의 먼지들을 물로 깨끗이 씻어내고, 햇빛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게 한다. 햇살을 머금은 그들이 뽀송해지면, 당분간은 안부도 없이 지내는 사이가 된다.


선풍기의 케이지를 닫고, 예쁜 잠옷을 입혀 구석방 한 곳에 넣어둔다. 에어컨에도 햇빛에 바싹 말린 필터를 꽂아 준다. 우리 모두 계절의 한 장을 닫는다.


여름을 닦아냈다. 햇살이 먼지 없는 표면 위로 맑게 내려앉는다. 내년 여름이 되어 다시 만날 때까지 우리 모두 조금은 더 단단하고 건강해지기를. 두려움과 불안의 먼지를 스스로 털어낼 힘을 갖추기를. 작은 기도를 담아 넣는다.






Image 001 : Hortensia, Fernand Khnopff, 1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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