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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Cloud Apr 22. 2022

살아남은 스타트업의 필살기 'Pivot' Part 1

피봇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세상에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사라져 왔다. 그중에서 지금까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스타트업 아니 유명 기업들의 출발은 우리가 아는 것과는 매우 달랐다.


모든 미디어의 블랙홀로 자리매김한 ‘유튜브(Youtube)’의 시작은 비디오 기반 데이트 서비스였다.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온라인 생태계에서 영상 콘텐츠의 잠재성을 확인하고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로 선회하여 구글에 인수되는 등 성공가도를 걷게 된다.


‘트위터(twitter)’도 가장 유명한 사업 전환 사례로 손꼽힌다.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트위터는 이내 초거대 기업인 ‘애플(apple)’이 팟캐스트를 아이튠즈에 도입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결국 트위터는 140자 이내의 단문 SNS 서비스로 사업을 변경하기로 결정하는데 이로 인해 소셜 네트워크 역사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오고 있다.


유튜브도 트위터도 피해 가지 못한 ‘피봇’


이렇게 시장에서 커다란 벽을 마주한 스타트업이 현재의 아이템 또는 서비스 방향을 전환하여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스타트업 생태계의 용어로 흔히 ‘피봇(Pivot)’이라고 한다. 피봇은 에릭 리스의 명저 <린스타트업 (Lean Startup)>에서 탄생한 용어로 제품, 전략, 성장 엔진에 대한 새롭고 근본적인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경로를 구조적으로 수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피봇은 가설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을 때 비즈니스 모델 구성 요소를 변경하는 과정을 뜻한다.(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p9AuCQTzbgo)


우리에게 피봇은 흔히 농구용어로 알려져 있다. 한 발을 축으로 다른 발을 움직이는 기술인데 농구에는 드리블을 하지 않고 세 발자국 이상 걸으면 안 되는 규칙이 있다. ‘세 발은 반칙’이라는 농구 규칙의 대명제를 교묘하게 활용하면서 동작을 이어나갈 수 있는 대표적인 응용 기술이 바로 ‘피봇’이다. 농구의 센터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유명 선수들은 대부분 활용하는 고급 기술에 속한다.


피봇으로 인생을 바꾼 농구 선수


피봇을 가장 잘 활용한 농구 선수로는 ‘하킴 올라주원 Hakeem Olajuwon, 1963~’이 첫 손에 꼽힌다. 나이지리아 태생인 하킴 올라주원은 213cm의 큰 키와 뛰어난 성적으로 미국 대학 농구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 관심이 어느 정도였냐면 농구, 아니 현대 스포츠를 대표하는 살아있는 전설 ‘마이클 조던 Michael Jordan’과 같은 해에 NBA 드래프트(다음 시즌부터 활약할 신인을 각 팀별로 순번대로 지명하는 행사)에 나왔는데 마이클 조던을 3순위로 밀어내며 첫 번째 선택을 받는 1순위 지명자의 영예를 누린다.


하지만 프로농구의 벽은 높았다. 올라주원보다 키가 더 크고 힘이 더 센 센터들이 즐비했기 때문이었다. 올라주원은 이들과 맞서기 위해 키를 더 키우고 힘을 더 늘리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피봇’이라는 농구 기술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 그들과 경쟁했다.


현란하고 다양한 피봇 기술로 당대 최고의 NBA 센터로 활약한 하킴 올라주원(오른쪽). 출처 : VCG(1995)


기본적으로 ‘피봇’은 상대방의 움직임을 역으로 이용하는 기술이다. 그들이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움직여 공을 림 근처까지 가져가기 위한 테크닉이다. 하킴 올라주원은 그동안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피봇’ 기술을 50가지 이상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상대 수비수의 움직임과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피봇 전략을 준비했다는 이야기이다.


원래는 축구 선수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뒤늦게 농구로 전향한 올라주원은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피봇 기술을 완성시켰다. 은퇴한 지금도 현역에 있는 수많은 프로농구 선수들이 올라주원에게 피봇 기술을 배우기 위해 그를 찾는다고 하니 올라주원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기술을 선보였는지 알 수 있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피봇도 하나의 전략이다


농구의 예를 들었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피봇’은 이제 하나의 중요한 전략으로 인정받고 있다. 스타트업 초기, 시장에 출시한 제품 또는 서비스가 사업화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면 사업 전환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를 ‘피봇’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이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국내 굴지의 게임 기업 ‘엔씨소프트’도 처음에는 HTML 편집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했고, 한메일과 포털사이트 다음으로 성공한 다음커뮤니케이션즈도 첫 창업 아이템은 사이버 사진 갤러리였다.


현재 부동산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직방’도 초기 창업 아이템은 SNS 사용자의 결제를 도와주는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 진입에 실패하고 이를 분석하여 지금의 부동산 플랫폼으로 피봇 하여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이렇듯 창업 초기 아이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템을 성숙시키고 발전시키는 경험과 이를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피봇’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트위터, 유튜브, 다음, 엔씨소프트, 직방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IT 기업들과 유니콘 기업들 모두 '피봇'을 거치지 않은 기업은 없다.


피봇은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나?


‘피봇(Pivot)’, 즉 사업 전환을 개념적으로 정리한 이는 우리가 익히 아는 ‘에릭 리스(Eric Ries)’다. 그는 자신의 대표 저서인 <린 스타트업 Lean Startup>에서 피봇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피봇은 스타트업의 제품, 전략, 성장 엔지에 대한 새롭고 근본적인 가설을 테스트하려고 경로를 구조적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피봇’을 필수적으로 또는 근본적으로 고민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뒤늦게 실행하거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바로 ‘허무 지표’ 때문이다. 아무 의미 없는 허무 지표 때문에 창업가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힌다.


두 번째 이유는 ‘불명확한 가설’이다. 가설이 명확하지 않으면 역설적으로 철저한 실패를 경험하기가 어렵다. 제대로 된 실패를 겪지 못하면 정말 필요한 변화, 즉 ‘피봇’를 서둘러야 하는 자극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두려움’이다. 실패를 인정하는 스타트업 창업가는 위험할 정도로 의욕을 잃어버린다. 특히 창업가가 두려워하는 지점은 자신의 비전이 틀렸음을 밝혀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비전을 증명할 진짜 기회도 얻지 못하고 ‘피봇’을 실행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가버리는 것이다.



에릭 리스 Eric Ries의 명저 <린 스타트업 The Lean Startup> 표지


피봇의 종류


에릭 리스는 그의 저서 <린 스타트업>에서 피봇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다. ‘피봇’은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정의하고, 스타트업이 초기에 큰 성공을 거두더라도 계속적인 ‘피봇’을 하거나 그 필요성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피봇에는 여러 종류가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아래 제시되는 10가지 종류의 ‘피봇’과 ‘변화 change’는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피봇’은 ‘변화’라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제품, 사업 모델, 성장 엔진에 대해 새로운 가설을 근본적으로 테스트하려고 디자인된 특별한 개념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줌인 피봇 Zoom-in Pivot

제품의 한 가지 기능에 머물렀던 것이 상품이 된 경우


줌아웃 피봇 Zoom-out Pivot

전체 상품이라고 판단되었던 것이 더 큰 제품의 한 기능으로 전환된 경우


고객 세분화 피봇 Customer Segment Pivot

스타트업이 만들고 있는 제품 또는 서비스가 원래 서비스하려고 계획했던 유형의 소비자가 아닌 다른 소비자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여 전환을 한 경우


고객 니즈 피봇 Customer Need Pivot

초기 스타트업이 풀려는 고객의 문제보다 연관된 다른 문제가 중요해지고 이를 해당 스타트업이 해결할 수 있음을 발견했을 때 니즈에 맞게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전환한 경우


플랫폼 피봇 Platform Pivot

애플리케이션에서 플랫폼으로 전환 또는 그 반대로 전환한 경우


비즈니스 설계 피봇 Business Architecture Pivot

대표적인 2가지 초기 비즈니스 모델인 고이윤·소규모 시장(주로 B2B) 또는 저이윤·대규모 시장 (주로 B2C)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반대로 전환하는 경우


가치 발견 피봇 Value Capture Pivot

추구했던 수익 창출 방식을 바꾸는 경우. 스타트업은 유료화 또는 수익 모델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음


성장엔진 피봇 Engine of Growth Pivot

바이럴, 재방문, 유료 모델 등 스타트업이 성장 전략을 바꿔 더 빠르고 수익성 있는 성장을 추구하는 전환을 의미


경로 피봇 Channel Pivot

사용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등 스타트업이 기본 솔루션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채널을 거쳐 더 효율적으로 판매 또는 유통하는 것을 의미


기술 피봇 Technology Pivot

스타트업이 기존 시장의 문제에 대해 동일한 해결책을 제공하되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 새로운 기술은 기존 기술보다 우월한 가격이나 성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함


‘릴리커버’가 발견한 새로운 개념의 피봇 전략


스타트업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뷰티 테크를 내세워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그 주인공은 2016년 안선희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 ‘릴리커버 Lillycover’. 전자회사 연구원과 대학병원 임상지원팀장을 거친 안선희 대표는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고객들의 피부 고민을 해결해보고자 창업을 결심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18년 피부 진단기 ‘뮬리’를 개발하고 화장품 생산 로봇인 ‘에니마 enima’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였다. 안선희 대표에게 직접 ‘릴리커버’가 가지고 있는 피봇을 통한 성장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 To be continued




작성 : Dear Cloud


<참고문헌>

권도균. (2015).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수업. 위즈덤하우스

에릭 리스. 송우일·이창수 역. (2012). 린 스타트업.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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