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행의 시작
① 자기(自己)의 거주지(居住地)를 떠나 객지(客地)에나다니는 일
② 다른 고장이나 다른 나라에 가는 일
여행의 사전적 의미는 말 그대로, 지금 내가 속한 거주지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일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사전적 명사 뒤에 나는 왜?라는 물음표를 붙이고 싶다.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거주지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일까? 시간이 계속 흘러가는 것처럼 어쩌면 인간은 앞으로 끊임없이 나아가고자 하는 전진 본능이 있는지도 모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인간은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라고 했던 것처럼, 똑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없기에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고, 전진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여행의 목적은 진리탐구는 아닐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물론 학습과 배움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여행은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경험한 것이기 때문에 습득될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힐링을 위해, 어떤 이들은 꿈을 위해, 어떤 이들은 사랑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여행에 굳이 이유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여행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내가 오사카를 가게 된 것은 퇴사 후 다음 날이었다. 왜 하필 오사카냐고 친구가 물었다.
“그냥” 내 대답은 두 단어로 함축됐다. 그럴싸하게 여행의 목적을 수식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가 주는 정서적인 거리의 가까움이 가장 큰 이유라면 이유였을 것이다.
퇴사한 다음 날, 내게는 어떤 보상심리 같은 것이 주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수고한 나에게 작은 위안이 필요했다. 무작정 비행기와 숙소를 에어텔로 예약했다.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아침 7시 30분 비행기였다. 내가 사는 곳에서 공항까지 첫차로 가장 빨리 간다고 하더라도, 비행기 탑승수속 절차를 밟으려면 시간이 촉박할 듯했다. 하는 수 없이 급하게 짐을 쌌다. 밤 아홉 시경이었다. 여권과 지갑, 화장품, 여벌의 옷 몇 벌을 챙겨 20분 만에 집에서 나왔다.
“엄마, 나 일본 좀 다녀올게.”
그것이 내 첫 일본 여행의 시작이었다.
공항에서 밤을 새운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비행기에서 편안한 차림으로있을 것을 생각해서 얇게 입고 나온 것이 화근이었다. 공항은 한 여름밤에도 열대야 없이 시원했고, 춥기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패스트푸드 몇 곳이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어 푸드 코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부분의 가게는 24시간 영업은 아니었는데, 유일하게 본죽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배를 채우고 나서 은행 환전소에 가서 50만 원을 환전했다. 워낙 준비도 없이 떠난 여행이라 공항에서 환전을 끝내고,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의자에 앉았다. 공항에서 밤을 새우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모두 핸드폰 충전 부스 주위에 고양이처럼 몸을 말고 누워 있었다. 어떤 이들은 이불과 베개까지 준비하여 코까지 신나게 골며 자고 있었다. 나도 그들 틈에 새우잠을 자려 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새벽 5시 50분쯤이 되어서야 수속 절차를 밟았고, 따뜻한 비행기 내부로 입실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