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진담]
“2025년의 운세. 돋보이는 한 해가 됩니다. 당신을 도와주고 빛나게 해줄 좋은 인연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동안 쌓아둔 내공을 발휘해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됩니다.”
연초 모임에 한 친구가 랜덤 운세 쪽지를 만들어왔다. 마음에 드는 쪽지를 하나씩 골라가는 거였는데, 그 안에는 친구가 손수 적은 랜덤 운세가 들어 있었다. 내가 뽑은 운세가 나는 참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쌓아둔 내공을 발휘해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다고?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좋겠다! 하지만 과연 쌓아둔 내공이 있는지도 의문이었고, 시간은 흘러 별일 없이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친구의 권유로 단막희곡 공모전에 작품을 내게 되었다. 마감 2주를 앞두고 초치기하듯이 대본을 써서 투고했다. 그럼에도 왠지 느낌이 좋았다. 원고를 제출하고 나서 아주 좋은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내가 꾼 꿈은 우리나라 대통령과 대기업의 총수들이 모인 만찬 장소에 초대받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악수도 나누었다. 물론 꿈속이지만! 좋은 꿈을 꿨으니 로또를 샀지만 어림없이 낙첨되었고, 그렇다면 혹시 내 작품이 뽑히는 거 아냐?라는 기대를 품어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공모전 발표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당선 소식을 전해 들었다. 덕분에 낭독회를 열게 되었고, 다른 작가들과 함께 대본을 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연초의 랜덤 운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10여 년 전에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신춘문예의 문을 두드렸었다. 하지만 번번이 탈락하여 씁쓸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곤 했다. 내 작품이 선택받지 못한다는 것이, 마치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대본 투고를 멈추었다.
그러고는 올해, 뜻밖의 제안으로 뜻밖에 대본을 써서, 뜻밖의 기회를 얻었다. 간절히 바랄 때는 되지 않다가, 한발 물러서니 바라던 일이 스르륵 이루어지는 기분이었다. 가끔 인생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올해의 한 장면을 타임캡슐에 넣어서 보관한다면, 나의 작은 성취를 기록하겠다. 이 이야기는 다음 주에 쓸 주제인 새해 뚝심과도 연결될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서 2026년과 앞으로의 방향을 그려보게 되었기에, 귀중하게 타임캡슐에 넣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