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얼마나 지독한가 이 새까맣고 악취 나는 괴물은.
십 대의 푸르던 나는 알았을까요,
하루하루 진저리 나는 무거운 우울과 내가 이리 씨름하며 살아갈 줄을.
그래서 더 무겁죠, 내가 그리던 포근한 내일이 하루에 저만치 더 멀어지는 것 같으니까.
불행은 또,
내가 여기에 있으면서 저기에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에서 비롯되는 법,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돼요.
내가 그걸 모르진 않거든요.
아는 것과 내 머리에, 어깨에, 온 몸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이것과는 별개라는 것 역시도
깨닫는 데에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나는 똑똑한 사람이라서
이런 것 역시도 가볍게 무찌를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기어이 나에게서, '넌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라는 말을 들어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파도보다 지긋하게 왔다 가며 갔다 오는 이것은,
때마침 또 한없이 더워지는 이때쯤에 다시금 나를 찾아오네요.
사람들에게 좋은 것, 좋은 경험들을 주고 싶었어요.
그 마음만큼 나에게도 함께 주려 했어야 했는데,
나는 나를 저만치로 밀어내고 그 자리에 다른 많은 것들을 채웠어요.
이제 갈 곳이 없어진 내가 자리를 내놓으라 하네요.
어려워요. 삶을 영위한다는 건.
나조차도 나를 아끼고 사랑한다면서 이렇게 실수를 하는걸요.
주절주절 남 어두운 얘기를 시간 내어 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래서 미안해요.
하지만 언젠가 여기 스친 이 색깔들조차도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한 순간이었음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서
나는 늘처럼 온갖 것들이 떠오를 때마다 아주 편안하게 나오는 대로 다 써내려가 버리기로 마음먹었어요.
정리도 되지 않을 거고, 어떤 즐거움을 주지도 않을 거예요.
여기에서만이라도 나는 나를 위해 무언갈 해야만 해요.
여기서부터 내가 다시 살아서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