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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운

사람은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사람 너머의 것들까지 생각하며 살아가게 되죠.


사람 너머엔 뭐가 있을까요,


나는 사람들이 영혼이라고 부르는 어떤 것을 가끔 느껴요.

정확한 표현은 아닐 거라 확신하지만,

우리는 사람 이상의 존재로도 늘 서로를 만나고 있다는 그런 것들요.


나는 나로서 여기에 당신과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우리 너머에서는 우리보다 큰 우리가 서로 아주 따스하게 웃고 있는,

표정이 없다고 한다면 따뜻한 에너지를 서로 잇고 있는,

그런 장면들이 나는 감지된단 말이죠.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수렁에 빠지고 다리가 부러지며

가끔은 뼈가 으스러져 크나큰 고통에 휩싸이죠.

몸처럼 마음도 흠뻑 망가져 달리 이 세상에 내가 설 수 있는 어떤 공간도 없는 것 같다 느낄 때,

그런 때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꼭 있단 말이죠.


정말 날 위한 공간이 이 광활한 세상에 단 하나의 바늘 끄트머리만치도 없는 것 같은 때 말예요.

한 번보다 많을 수도 있겠죠. 슬픈 일이에요.


그럴 때면 곧 어김없이 등 뒤에서 누가 후 하고 입김을 불어요.


아주 따스해요.


누군가 싶어 돌아보면 당신이죠.


내가 타성에 절어 마지못한 에너지를 겨우 끌어내 만든 차 한 잔에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천사 같은 당신,

칠칠치 못해 가방 끈 사이로 후드의 모자를 잔뜩 구긴 채 걷는 날 불러세워 무심한 듯 따스히 모자를 빼내어 매무새를 만져주고 걷던 길을 마저 가는 이불 같은 당신,

지친 하루의 끝에 집까진 아직 멀어 더욱 힘이 빠진 횡단보도 앞에서 강아지가 이사하기 전의 집을 매일 찾아가야 직성이 풀린다며 이런저런 귀여운 일화를 들려주어 나도 잠깐 그 가족이 된 것 같음을 느끼게 해 준 예쁜 구름 같은 당신,


늘 잊는 것인지 같은 시간 같은 곳을 지날 때마다 나에게 지금이 몇 시인지 물어오는 당신도,

나와 다름없이 주어진 일과를 묵묵히 수행 중인, 길거리를 오고가는 수많은 당신들도,


나를 치유하지 않은 그 어떤 당신도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내가 알게 될 때까지 만난 모든 당신들까지.


단지 그 자리에 있을 따름으로 보이는 당신들이 사실은 단지 그 자리에 있음이 아니라

기적의 집합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기에,


나를 위한 하찮은 변명들 하나하나가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중이에요.


이런저런 이유들로 내가 나의 주변에 둘러친 높은 벽들,

이제 모두 하찮아져서 하나씩 허물게 돼요.


물론 지난 시간 속의 나에겐 그 벽이 필요했어요.

이제 그 벽이 쓰임을 다해 내 삶이라는 풍경 속에서 사라지는 것뿐.


세상 그 어떤 물질도 에너지도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 있는 법이 없음을.


오늘 우리가 어떤 대화를 나누었든,

나는 단지 우리가 눈을 마주하고 웃음을 나누며 인사하는 모든 순간이 늘 기적이라

당신에게도 이 감사함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당신이 내게 건넨 치유가 곧 당신에게 건네는 나의 치유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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