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된 정보를 경계하자.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어릴 적만 하더라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지식인에 검색해보고 내공을 조금 더 넣는다거나 하는 짓을 했는데 그것 또한 옛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난 시대에 그다지 맞지 않는 사람인지 평균적인 유튜브 사용량에는 한참 못 미치게 사용하는 듯합니다. 여전한 불면증 덕에 여전히 잠에 쉬이 들 수 없는 나는 유명 유튜버의 수다 영상들을 틀어놓은 채 라디오처럼 잠드는 용도, 스트레칭, 운동법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는 용도가 대부분입니다. 과다한 정보를 받아들일 만큼 그릇이 큰 놈이 아니라 자극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해야 하는 난 그다지 영상을 애용하지 않습니다.
그런 저에게 최근 유튜브를 종종 보게끔 하는 일이 생겼는데요. 지인과 얘기 도중 드래곤볼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릴 적 전 손오공이 사실은 외계인이었다. 손오반이 슈퍼사이어인을 뛰어넘었다는 사실 하나하나에 흥분했고 친구들과의 역할놀이 주제는 항상 드래곤볼이었습니다. 사실상 싸움에 미쳤다고 봐도 무방할 전투 민족들을 보던 나도 엄청난 싸움의 고수이지 않을까 하는 꼬맹이 시절의 내가 떠올랐습니다. 이동하는 틈틈이 어린 시절 추억을 찬 삼아 명장면을 보다 보니 우리 집 냉장고 뒷 벽지 곰팡이처럼 내 유튜브 메인에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드래곤볼 영상이 서서히 퍼져가고 있었습니다. 이놈이 어디까지 퍼지나 스크린숏을 찍어가며 경과를 지켜보니 그것은 주도면밀하게 하나하나 씩 늘려가며 내가 기존에 즐겨하던 영상들의 자리까지 슬그머니 차지하 덥니다. 그리곤 이내 관심도 없는 다른 애니메이션의 영상까지 내 메인에 스리슬쩍 집어넣고 있더군요.
클릭 두어 번으로 내가 접하는 정보의 방향을 이리도 고요히 틀어버리는 것이 나의 클릭 정보로 이뤄진 것이라지만 무서움을 쉽사리 떨칠 수는 없었습니다.
J의 유튜브 어플을 켜볼 때면 피지 뽑는 영상, 슬라임, 강아지 미용 영상. 아버지의 유튜브를 보자면 특정 방향으로 치우친 정치색이 짙은 영상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분명 나와 같은 어플이고 사이트인데 어쩜 그리 다를까요? 거대한 정보 속 선별된 정보들이 우리에게 단지 편리함과 재미만 기여할까 의문이 듭니다.
우리는 불과 수십 년 만에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수만 가지 소식을 벽 하나 사이에 둔 채 맞붙어 사는 옆집 김씨네 보다 빠르고 깊숙이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상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기 용이한 화합의 장이 거창히 시작될 줄 알았지만 실상은 분열의 시대의 막이 오른 것 같습니다.
비단 유튜브뿐만이 아니라 거대한 정보 속에서 선별된 정보만을 접할 수밖에 없는 우리는 이러한 선택적 정보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주위에 어지럽게 방치되어있는 정보들은 분명히 우리가 흥미 있어하며 강렬한 자극을 주거나 편안함을 느끼는 좋은 일면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들은 한정된 우리의 정보 수용량을 알고선 은밀하게 우리가 다른 정보를 접할 기회를 막아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무지에 의한 적대심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얕고 좁은 시야에서 오는 앎이 더욱 무섭습니다. 그것은 곧 우리를 옹졸스러운 존재로 변태 시킬 겁니다. 다른 개인, 집단, 사회 의견이 무엇인지 어떻게 나와 생각을 달리 하는지 우리가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연상조차 하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보이는 정보의 이면을 헤집는 수고를 더 하더라도 종종 스스로에게 노출시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귀찮은 수고에도 개인이 정보를 수없이 거름질 한다고 한들 우린 그 속에서 완벽한 해답을 찾을 순 없습니다. 개인이 담을 수 있는 용량에 비해 정보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니까요. 우리의 편향된 개인으로서의 객체성은 어떻게든 우리의 저울을 비틀게 만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보 속에서 '나'라는 개인을 따로 분리해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을 끊임없이 가져야 합니다. 편향적이며 한정된 정보 속에서 둥둥 떠다니기만 한다면 다름을 향한 궁금증은 가라앉고 틀림으로 부정하기만 하는 서슬 퍼런 날만이 더욱 서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