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즈 이야기
재즈 좋아하시나요?
무릇 처음이란 것은 어떤 형태로든 사람에게 참으로 오래 머물러있는 듯합니다. 8년 전 12월 29일과 30일 사이 딱 이 시간 늦은 밤 카페 아르바이트를 마감하고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퇴근길 부근에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이 아는 신비로운 카페가 있었습니다. 존재도 희미한 골목 속 방마다 LP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카페였는데요. 음향기기에 취미를 가지신 사장님이 더 이상 집에 고가의 스피커를 둘 자리가 없어 가게를 낸 곳입니다. 그곳은 제가 근무하던 카페 원두를 구매하는 곳이라 꽤나 왕래도 잦고 사장님과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친해졌지만 한 번도 손님으로 방문한 적이 없었습니다. LP를 무지 비싼 스피커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는지 기본 메뉴들의 가격이 엄청났거든요.
문득 그 장소가 떠올라 귀를 베는 듯 한 칼바람을 맞으며 한참 골목을 타고 들어가니 여지없이 칠흑같은 골목길 한가운데 주홍빛이 어슴푸레 내려앉아 있덥니다. 가게로 다가가 창 너머로 LP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을 한참을 보고 있자니 곧 가게문이 열리고 사장님이 손짓하며 내게 들어오라 하십니다.
-많이 춥지요?
-그렇네요
- 들어오지 정 없게 왜 그렇게 밖에서 서있어요?
그는 금세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핫초코를 내게 가져다주었습니다. 가게에 이따금 와 굳이 나에게 드립 커피를 부탁하며 제가 만든 커피가 맛있다며 허허 웃어대던 그는 제가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걸 기억했나 봅니다.
푹신하고 관리 잘 된 붉음과 갈색 사이의 가죽 소파에 몸을 축 늘이고 눈을 감았습니다. 더이상 아무생각도 하기 싫었습니다. 그날 하루는 굉장히 롤러코스터를 오가는 날이었거든요.
지지직 거리는 게 LP의 묘미인지 관리가 부족했는진 모르겠지만 잡음과 함께 처음 들어보는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Chet baker - You're mine you 였습니다.
어두운 골목 바깥은 인기척 하나 없지만 바람은 얼마나 강한지 전단지들이 가만히 있질 못하덥니다. 고작 벽 하나 사이에 뒀다고 그 안은 따뜻했습니다. 온 세상 평안이 다 그곳에 모인 듯했습니다. 그게 뭐라고 여전히 그날의 쌉쌀 달콤한 핫초코맛과 쳇 베이커의 목소리는 내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저의 첫 재즈입니다. 겨울바람이 지금처럼 매서워질 때면 항상 그때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올해도 바람이 제법 날카로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