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진달래 씨_01

by 이선

수요일 오후 4시. 카페에서 줄기차게 주문을 받는 나날이 계속되던 날. 다행스럽게 억수같이 비가 쏟아졌고 손님이 없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뻔하디 뻔한 노래를 들으며 한가하게 손가락으로 주문대를 톡톡 치고 있었다. 빗소리를 뚫고 오래되고 녹슨 대문이 기괴한 소리를 낸다. 자갈들이 발에 차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길 들지 않아 보이는 빳빳하게 날이 서있는 하얀 셔츠, 검은 치마, 단정하게 묶은 머리에 옅은 화장기, 입술에만 살짝 붉은색을 띄는 손님이 왔다.


"카페모카 뜨겁게 한잔 주시고 얼음 하나 넣어주세요"


뜨거운 음료는 좋아하지만 잘 먹지 못하는 손님들은 종종 얼음 하나를 추가하길 원한다. 그녀도 그러한 사람 중 한 명인 가보다. 그녀와 나 사이 거리가 있었음에도 소주 냄새가 진동을 했다. 탈칵탈칵 그라인더 소리와 함께 아무개 씨는 마당에 있는 녹색 철제 의자에 털썩 앉아 가수 마야의 '진달래 꽃' 노래를 불렀다. 옛날 노래만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친구 준태 이후로 저 노래를 들을 줄이야. 그녀는 다른 부분은 웅얼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부분을 '약쓰안! 찐달래 꾸오옻' 따위로 과장스럽게 불렀다. 자신의 양쪽에 나란히 놓여 있는 의자에 어깨동무를 하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부른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고 아무개 씨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받아갔다. 잠시 후 단지 얼음 덩어리 하나가 들어가 있는 뜨거운 음료를 자리에 선 채 꿀떡꿀떡 삼켜 버렸다. 목구멍도 다른 근육처럼 훈련으로 강해질 수 있는 것일까가? 손을 뜨거운 모래 속으로 달구는 철사장은 아는데. 비슷한 단련인 건가. 컵은 이쪽에 드리면 되냐는 말과 함께 전혀 남을 신경 쓰지 않는 듯 아르바이트생 4명을 앞에 둔 채 트림을 '끄윽' 해버리고 저기 모퉁이에 있는 흡연 장소로 가 연이어 줄담배를 피우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무개 씨는 정확히 일주일 후 같은 시간에 같은 차림으로 왔고. 따뜻한 카페모카에 얼음 하나를 주문 후 바깥으로 나가 눈을 지그시 감으며 진달래꽃을 부른다.


"약 쓰안! 쥔달래 꾸어엋 "


그리곤 음료를 받아가 한 번에 들이켰으며, 거창한 트림 한 번 해주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한 달이 넘도록 수요일 오후 4시에 카페를 찾아오는 이름 모를 아무개 씨는 어느새 직원들에게 그가 부르는 노래 가사와 같이 '진달래 씨'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녀는 단 하나의 행동도 달리하지 않고 술 냄새를 잔뜩 풍기며 똑같은 옷차림으로 똑같은 시간에 우리를 찾아와 똑같은 메뉴 똑같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똑같이 수 개비의 담배를 태우곤 사라졌다.


지루한 일상 속 직원들에게 진달래 씨는 시간을 때우기 좋은 소재거리였다. 그녀의 행동이 바뀌는 날을 맞춰보겠다며 저녁 내기를 시작했고, 그다지 좋지 않은 말들이 포함된 온갖 추측이 오고 갔다. 생판 모르는 남을 추측하며 히히덕거리는 것에 질색을 하는 나는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여럿 질문에 그럴만한 일이 있겠지 라며 애써 무관심으로 짜증을 달래었다.


수요일 오후 4시 오늘도 여지없이 진달래 씨의 모습이 보인다.

짤그랑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면 술냄새가 자욱하게 풍겨왔고 뜨거운 카페모카에 얼음 하나를 주문한다.


"진달래님 주문 도와드릴까요?"


"네?"


카페 직원들의 장안의 화제였던 수수께끼 진달래 씨 얘기로 종일 떠드니 같이 일하는 직원이 마침내 실수를 했다.


"진달래요?"


"네.. 오실 때마다 진달래꽃을 부르셔서.. 죄송합니다. "


멋대로 정해져 버린 자신의 별명에 그녀가 화내지 않을까 당시 제일 오래된 직원이던 나도 곧이어 사과를 했다.


뜻 밖에도 진달래 씨는 목젖을 보일만큼 깔깔 거리며 크게 웃어 보였다.


"그래도 꽃이네요 "


그리곤 다시 그녀는 우리 앞에서 당연하다는 듯 뜨거운 커피를 한숨에 해치웠고 줄담배를 피웠으며 대문을 나서기 전 우리를 돌아본 채 "진달래 갑니다!" 라며 얼굴에 꽃받침을 하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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