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내 오랜 연인이다.
여전히 그녀의 전부를 헤아릴 수 없지만 J의 시선에 발맞춰 걷다 보면 J는 숲보다는 숲속에 작은 풀 한 포기를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런 J의 필름에는 물결 위로 차근히 빛이 바스러지는 장면이 즐비하다. 저 매끄러운 수평선도, 구름 한 점 없는 시퍼런 하늘 품은 바다도 아닌 빛이 자글대는 수면 한 줌이 더 소중한가 보다.
언젠가 사랑이라는 얄궂은 주제로 글을 쓰는 달. J가 볕이 쪼개지는 물결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곤 빛이 쪼개진다니, 바스라든 다니 장황하게 순간을 묘사하게 되었는데 두루뭉술 한 것이 영 내 마음이 아니었다.
순간을 명확하게 정의할 말이란 게 당최 없을까 이곳저곳 헤매고 뒤지고는 기어코 윤슬이란 단어를 찾아냈다.
마침내 J가 그토록 사랑하는 순간을 적어 내렸다.
J는 윤슬을 담았고, 난 윤슬을 담고 있는 J를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