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크리스마스

그래도 크리스마스

by 이선

겨울은 시리고, 고개는 떨어지며 어깨는 말리기 마련이다.

이맘쯤 되면 어그러진 계획들과 더불어 여전한 내 모습에서 관성이란 얼마나 지독한 것일까 탄복한다.

그나마 이뤄냈던 미약한 것들을 허겁지겁 찾아내 트로피처럼 광을 내고 마음을 다독인다.

그런다고 한들 들이켜는 숨의 반절도 내쉬어지지 않아 숨이 가득 차 속이 메스꺼워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기껏해야 숨뿐인데 내 숨에 체한 것만 같다. 실망감 때문일까. 박정한 나에게 질린 나 때문일까.

미천한 바람만으로도 볼품없어진 일력이 휘날린다. 몇장 사이엔 크리스마스가 자리 잡고 있다. 지구를 횡단하며 굴뚝을 넘나드는 산타를 걱정하기보다, 말일에 빠져나갈 돈 걱정으로 머릿속이 가득하더라도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다. 하루짜리 휴일에 불과한 붉은 볼드체의 25일을 뚫어져라 보고 있자면 이고 지냈던 납덩이 같은 긴장이 씻겨 내려간다. 올해‘도’ 다 왔다. 지나가겠구나. 드디어. 내도록 묵혀있던 속 숨이 그제야 트인다.

‘어쨌든’ 같은 접속사란 늘 사용하기 망설여진다. 뒤이어 나올 말들은 인과관계 따위란 찾아볼 수 없을 것이고 이해는 당신네들 몫이오! 으름장을 놓는 무뢰배를 마주하는 것 같다. 몸도 마음도 멀찍한 섬과 섬 사이를 기어코 이어버리는 우악스러운 인간들의 교각 같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은 납득으로 이뤄진 곳이 아니다. 도리어 ‘비’납득이 지배하는 세계에 가깝다. 당장 내일이라도 풀어졌던 긴장을 주워 승모근 부근에 떡하니 붙여 살아갈 테고, 여전히 실망과 후회가 뒤범벅이 될 새해마저 찾아오겠지만, 잠시 망각한 ‘척’ 주문을 되뇌어보자.

‘어쨌든’ 메리크리스마스 그래도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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