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의 두 종류

과정의 쾌락, 결과의 쾌락

by 이선

감성의 만족, 또는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유쾌한 감정 이것을 쾌락이라 한다 합니다.

쾌락은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참으로 중요합니다. 중독되어서도 그렇다고 너무 멀리해서도 안 되는 어정쩡한 곳에 서있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외부에 흔들리지 않는 내부, 자신의 만족에서 오는 쾌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쾌락은 두 가지로 나뉜다 생각합니다. 과정의 쾌락, 결과의 쾌락입니다.


저에게 과정의 쾌락은 글입니다. 글은 즉각적인 행복감 따윈 없고 꽤나 많은 스트레스를 안겨 줍니다. 부족한 내 탓이겠지만 여전히 대목만 잡아둔 채 애꿎은 시간만 멍하니 보내며 긴 밤을 보내기가 일수입니다.

내 의도를 숨기며 에둘러 채워지는 글자들을 들여다보자면 내가 얼마나 비겁한 사람이고 무엇을 피하고 싶은지 말하고자 하는지 보입니다. 마치 그다지 친해지고 싶지 않은 상대와 기나긴 데이트를 하는 듯 끝없이 마주하게 되고 반성하게 됩니다.


이렇게만 써놓자면 글이란 걸 도통 싫어하는 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육두문자가 절로 나오고 애꿎은 머리카락만 쥐어짜게 되는 묵직한 중압감을 정말로 좋아한답니다. 단지 한 페이지의 글뿐이지만 과정을 참아내는 동안 쓰이는 글자들은 살아가며 마주해야 할 것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에 기꺼이 참아내게 하는 과정의 쾌락입니다.


결과에서 나오는 쾌락은 길어도 좋고 짧아도 좋습니다. 심신이 지친 상태에선 빠른 결과가 자주 도출될수록 일상을 전환시킬 수 있는 비상 탈출구가 됩니다. 반대로 정성을 요하는 결과는 곱절에 성취감을 불러일으키겠죠.


제 결과의 쾌락은 그림입니다. 어떤 의미도, 신념도 없습니다. 오늘 날씨는 이랬고 기분은 어땠는지 어떠한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도출되는 단순한 하루의 결과물입니다. 지나가다 어떤 색을 보니 그 색이 참으로 예쁘더라, 두텁하게 덮고 덮이는 유화를 그려 보련다. 아니 묽디 묽게 수채화를 해보련다. 불투명하고 답답했던 오늘은 선명한 잉크로 그려보련다. 내 마음 가는 대로 긋고 그리고 칠하면 이내 답해주는 나의 소중한 유흥입니다. 지나온 낙서 같은 그림들을 보자면 사사로운 사견들이 덧붙여 적혀있지 않아도 이 날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가 보입니다. 누적되는 결과들을 곱씹어보는 것만큼 재미난 일은 없습니다.


쾌락은 지극히 개인적입니다. 유튜브를 보며 깔깔거릴 수도, 맵디 매운 음식으로 땀범벅이 되어 하루를 마무리할 수도, 자신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얻는 활력 또한 참으로 근사한 쾌락입니다. 하지만 우리들 곳곳에는 내부의 쾌락을 넘어 타인을 옥죄이는 쾌락이 점점 만연해 보이는 듯합니다.


그것을 실은 쾌락보다는 해악에 가까운 듯 보입니다.


단지 제가 접하는 것들이 그저 부정적인 것들은 대두되기 마련이겠거니 하며 비겁히 믿어 넘깁니다.

과정과 결과의 쾌락을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쳇바퀴 같은 일상 속 살아갈 든든한 동력을 얻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오늘도 무탈히 여러분들만의 소소하고 행복한 쾌락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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