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평 속 동거체

by 이선

다섯 평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집엔 오직 나 혼자입니다. 우두커니 홀로 작업을 하다 보면요. 꽤나 오랜 시간 입을 뗄 일도 다른 누구를 생각할 겨를도 없어져 더불어 사는 마음을 잃어버릴까 걱정이 들 때가 있답니다. 그런 마음을 알아차린 건지 뜻밖에도 식물 선물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다지 식물에게 감응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전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식물을 키워볼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 녀석의 본래 이름도 금세 까먹었어요. 단지 초등학생 시절 학교 연못에 떠있는 부레옥잠 마냥 물속에서 자란다는 것과 일주일마다 물을 갈아줘야 한다는 것 정도입니다. 저에겐 딱 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윙 컴퓨터 쿨러 돌아가는 소리로만 가득 찬 외로운 단칸방에서 이따금 돌아보면 푸르게 날 반기는 동거체는 예상보다 신경이 쓰였습니다. 혹시 먼지가 끼어 광합성이 잘 이뤄지지 않을까 다이소에서 산 큰 화장붓으로 매일 아침 일어나 잎에 듬성 쌓여있는 먼지를 솔솔 털어냈습니다. 빛이 잘 들도록 창을 활짝 열어 해가 가장 잘 비치는 곳에 그들을 올려놓았고요. 그리고 행동에 보답하듯 녀석들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자랐습니다. 이 속도라면 5평 공간의 주인이 바뀌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한 녀석만 빼고 말이에요. 시작부터 아주 조그마한 잎이었는데 그 녀석은 유독 자라지 못했습니다.

네 잎을 단 채로 내게 온 식물은 제일 큰 두 잎이 한 줄기였고 나머지는 두 잎은 각자 다른 줄기였습니다.

그것 또한 세력이라고 한줄기에서 자란 두 놈들은 날 때부터 자란 높이를 발판 삼아 무지막지하게 자라났고요. 심지어 교묘히 자신의 줄기가 아닌 잎들의 볕을 가리는 듯했습니다.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개체가 도태된다는 것쯤은 이미 신물 나게 알고 있지만 굳이 내 방에서조차 그런 사실을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잎은 볕을 향해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내밉니다. 나는 이기적 멀대들보다 항상 자그마한 녀석이 빛을 잘 받도록 이리저리 화병을 돌려가며 볕을 쬐게 했습니다. 나의 시답잖은 노력에도 결국 작지만 푸르게 힘이 넘치던 녀석은 점차 누렇게 변해갔습니다. 화선지에 먹물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끝부분이 누렇게 변하더니 순식간에 녀석의 힘찬 푸르름은 온데간데도 없어졌어요. 언젠가 J는 잎을 보며 이미 죽은 거니 그냥 뜯어 버려야 할 거다라고 했지만 그래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아침에 일어나면 저만큼 멀대 같은 놈들에겐 욕설을 내뱉고 누렇게 변해가는 녀석에게 이대로 죽을 거냐며 힘을 내보라 구박했습니다.


오늘 아침입니다. 목을 축이려 침대에서 일어나니 푸슬푸슬한 무언가가 밟힙니다.

노란 잎 그리고 말라버린 줄기입니다. 무슨 정인지 모르겠지만 도저히 쓰레기통에 버릴 수가 없어

이파리를 뒀다가 조깅할 때 가져가 근처 천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멀대 같은 나머지들은 개의치 않았고 역시나 볕을 향해 머리를 치켜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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