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미련을 가슴 속에 파묻으며
유독 최근 떠나보내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인생을 맞이한 그때부터 한동안은 새로운 만남이 가득했습니다. 해가 지나도 계속되는 새로움에 앞으로도 새로움만이 가득할 줄 알았지만, 이윽고 만남이 가득하니 이젠 만남을 덜어내려 떠남이 얼굴을 내비추기 시작했습니다.
구덩이를 팝니다. 걔 중에는 조그마한 크기부터 우리 가슴으로 겨우 버틸만한 거대한 구덩이도 있습니다. 여러 크기의 구덩이들은 우리의 지나온 세월과 함께 점점 더 생겨납니다. 처음 구덩이를 접한 날보다 점점 더 능숙하게 구덩이들을 팝니다. 미련, 상실, 감사 따위를 꾹꾹 눌러 담고 잔잔히 다져 놓습니다. 그렇게도 잘 다져놓았다 생각하지만 이따금 묻어둔 구덩이를 뚫고 짠내 가득 시큰한 냄새가 기어코 진동을 하기도 합니다. 애써 그리움을 짓밟는 날도, 구덩이에 닿지 않는 상실을 부르짖기도, 그렇게 우리 가슴 속 구덩이는 끝없이 늘어날 것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들 가슴 속 구덩이 숫자를 하나 더 해줄 마지막 그 날까지요.
최근 엄마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왕 온 소풍 잘하고 순서대로 돌아가자꾸나.
맞습니다. 우리는 돌아갈 것입니다 어딘지 모를 곳으로요.
누군가의 노랫말처럼 나를 알게 되어 기쁘고 좋았었는지 당신들이 그렇다 대답해준다면
미련 없이 그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떠나가겠습니다. 떠나갔으리라 믿어봅니다.
떠나기 위해 고된 길을 묵묵히 걸어간 당신들에게 떠나보내기 위해 마음 깊은 곳 흙구덩이를 잘게 다지며 꾹꾹 눌러 담아 모른척 억척스레 무던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돌아가는 그날까지 사랑하고 감사하며 우리 살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