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표지에서 받은 첫인상은 '발랄'이었다. 표지 색부터 밝은 다홍빛에, '당근마켓'을 패러디한 '감귤마켓'이라는 제목과 그에 붙은 '셜록'이라는 이름까지도 그러하다고 느꼈다. 그런 이 책의 프롤로그에는 메세지가 올 때 "감귤!"하고 알림을 내는 감귤마켓과 그걸 보고 직거래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담긴다. 게다가 주인공의 이름은 '선록'이었다. 여기에서 제목 속 '셜록'이 나왔구나, 생각하며 웃는 독자에게 이 책은 생각치 못한, 허를 찌르는 전개를 선물한다.
이 책은 한 20대 여성의 변사체가 발견되며 시작되기 때문이다.
주인공 선록네 가족은 끔찍한 해당 살인사건에 엮인다. 하지만 사건을 저지르고 있던 범인과 마주쳤다던지, 시신을 직접 발견했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불가피하게' 엮인 것은 아니다. 그냥 그들이 알아서 자발적으로 그 사건에 엮이고자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실들이 실제 해당 사건과 연관이 되어있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혹시 모를 가능성을 위해 사건을 파고든다. 그들은 경찰도, 형사도 아닌 그저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사건을 풀어나간다.
여기서 드는 의문, 그들은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그 답은 그들이 '가족'이라는 구성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이 아무런 확신이 없는 이 사건을 미친듯이 풀어나가는 이유는 물론 '가족' 때문이다. 이 소설은 선록의 가족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이들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지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들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들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들의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이 사건을 풀어나간다.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소설에도 있다.
선록은 문득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나?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때 안방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나니, 그 질문의 답을 이미 듣고 있는 듯 했다.
어떤 사건인지도 모르고, 어떤 사람이 한 행동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위험을 무릅쓴다. 그들의 가족을 위해서.
이 소설은 '가족'이라는 것에 유난히 공을 들여 소설의 전개를 만든 느낌이 난다.
스토리의 시작은 이상한 냉동탑차를 발견한 선록의 시점으로 시작하지만 곧이어 그의 동서인 완수의 시점으로 옮겨갔다가, 그들의 장인의 시점에 이어, 그들의 아내인 선영과 선애의 시점, 장모의 시점으로까지 옮겨가기도 한다. 목차 또한 '선록-1', '완수-2' 등과 같이 그들의 이름으로 진행이 되어가고 있으며, 그들이 함께 모여있는 목차에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진행이 되지만, 그 가족 밖의 사람에게는 시점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퍽 인상적이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그들의 시선만을 주고받으며 이 소설은 진행이 된다. 철저히 '가족' 중심이며,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그들이 매우 중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우리는 가족을 위해서 어디까지 해볼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한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눈물까지 짓게 하니, 이 책의 표지만 보고 결코 내용을 상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한국의 추리소설이 읽고 싶다면 박희종 작가의 <감귤마켓 셜록>을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