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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쓰지 말자 Oct 21. 2021

시간이 없어봐야 시간의 소중함을 알지

시간은 날 기다리지 않지

27개월인 은재는 낮 12시~1시쯤에는 낮잠을 자야 한다. 낮잠을 자지 않으면 짜증이 한꺼번에 밀려와 난폭해진다. 아이가 난폭해지면 어떤 모습일까,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 떼와 울음, 고집이 한데 섞이면서 진짜 나도 소리를 꽤액 지르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최고조로 올라간다. 그런데 요즘 좀 컸다고 낮잠을 안 자려고 버틴다. 그래서 신랑이 낮잠을 재우기 위해 일부러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나갔다. 은성이만 남은 상황. 은성이 에게는 미안하지만, 또 본인은 엄청 좋아할 일이지만 동영상을 보여주고 그때 난 부지런히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가 끝나자마자 책을 읽기 시작했고, 또 이렇게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고 있다. 예전에는 시간을 쪼개 쓰는 법을 전혀 몰랐다. 그래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이후로는 머릿속으로 항상 시간 계산과 일에 대한 계획으로 꽉 차있다. 행여나 지금 주어진 시간에 뭔가를 안하면 이후에 해야 할 일이 그냥 쌓이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기간, 시간이 많을 것 같지만 시간이 정말 없다. 왜냐면 나의 시간은 온전히 아이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낮잠을 좀 길게 자주면 그날은 자유시간이 2시간은 생기지만, 30분만에 깨는 경우는 그야말로 하루종일 육아와 가사만 해야 했다. 잠이 짧은 우리 아이들 덕분에 낮잠 시간은 늘 조마조마해야했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새벽에 일어나서 책읽기, 공부하기를 시도해보려 했다. 알람을 5시 반으로 맞추고, 첫날은 성공. 물을 끓여 커피를 타자마자 으아앙 울음 소리가 들린다. 남편이 옆에 있는데도 아이들은 어떻게 엄마가 없는 걸 그리 잘 아는지, 물 끓이는 소리 때문에 깼나 싶어 다음날은 물을 미리 끓여놓고 보온병에 담아둔 뒤 새벽에 일어났다. 커피를 타고 또 책을 딱 펼쳐서 읽으려 했지만 핸드폰의 유혹을 못 이기고 핸드폰을 좀 보다보니, 30분 지났을까 또 으아앙...그 이후로도 몇 번 시도했지만 되지 않았고 새벽 기상은 포기했다. 그래도 이후에 구민체육센터에서 새벽 6시 필라테스 수업이 아주 저렴한 가격에 하길래 신랑에게 “나‘화,목’ 새벽에 운동을 갈 테니 당신도 월수금 운동 다녀와” 라고 했다. 새벽 6시라는 시간이 혹독하긴 하지만 신랑 역시 그 때가 아니면 운동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흔쾌히 우리는 새벽운동을 시작했다. 20대 때, 불과 몇 년 전 신랑과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절대 그 시간에 운동을 갈 사람들이 아닌데 말이다. 책 모임을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엄마가 책모임을 한다니, 한가한 소리같지만 닥치니 다 하게 되더라. 책을 읽지 못하면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고,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틈틈이 아기띠하고도 책을 읽고, 책을 접어둔 채로 수시로 읽었던 것 같다. 예전엔 책이란 건 모름지기 자리를 잡고 머리도 비우고, 커피도 한 잔 두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거추장의식 따위를 할 시간이 없다. 그냥 틈틈이 하는 것이다. 시간이 많을 땐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다 시간이 없어보니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 20대 대학시절, 그렇게 시간이 남아돌 때는 그냥 시간을 흘려보냈다. 엄마가 늘 날 한신함듯 보며 잔소리를 했다. “지금이 네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데, 나중에 이 시간을 되돌리려 해도 되돌릴 수 없는데” 라는 얘기를 참 많이 했다.  그 무렵 어른들이 우리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 중 하나가 “젊음이 좋다. 젊음은 돈 주고도 못 사는거지” 


그땐 그 말이 참 그냥 고리타분한 말 같았다. 어른들의 아쉬운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시간의 소중함이라는 거 조금 알 것 같다.  그런 깨달음 뒤로도 시간이 생기면 이것저것 해야지라는 생각은 하면서도 내 손은 휴대전화를 잡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시간을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는 것같다. 물론 넋을 놓고 있거나 TV와 유투브를 보며 머리를 비우는 시간도 있다. 예전과 다른 점은 ‘이건 내가 허락한 자유시간’ 이라고 정하기 때문에 죄책감은 좀 덜하다는 것. 아직 시간을 운용하는 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금 이 시간도 소중하다는 것. 매 순간을 피곤하게 열정적으로 살 필요는 없지만, 지금의 이 때를 돌아봤을 때 ‘뭐 하나 했다’ 정도는 남길 정도의 시간은 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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